지난해 국세 세수가 전년보다 23조원 가까이 급증한 26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본예산 때 잡았던 추정치보다 23조1000억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의 추정치보단 14조3000억원 많은 수치다. 국세 수입이 2016년에 이어 두 해 연속 본예산 추정치보다 20조원 안팎씩 더 걷히면서 정부의 ‘엉터리 세수 추계’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두 해 연속 ‘부실 세수 추계’

기획재정부는 9일 2017회계연도 세입·세출을 마감한 결과 총세입은 359조5000억원, 총세출은 34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결산상잉여금은 16조2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결산상잉여금 가운데 4조9000억원을 2018년도로 이월하기로 해 세계잉여금(결산상잉여금-이월액)은 11조3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세계잉여금은 2015년도(2조8000억원), 2016년도(8조원)에 이어 세 해 연속 흑자가 났다.

총세입 중 국세 수입은 265조4000억원으로 2016년(242조6000억원)보다 22조8000억원 늘었다. 본예산 때의 세수 추정치(242조3000억원)보다는 23조1000억원, 작년 6월 추경 편성 때 추정치(251조1000억원)보다는 14조3000억원 많은 규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작년 11월 중순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참석해 작년 세수 전망치 관련 질문을 받고 “260조원을 조금 넘을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이조차 ‘상당히 틀린 예측’이 됐다.

기재부는 2016년에도 세수를 지나치게 적게 추정했다. 본예산 때 222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가 추경 때 232조7000억원으로 올려 잡았지만 실제론 242조6000억원이 걷혔다. 본예산보단 19조7000억원, 추경보단 9조9000억원 많은 세수였다.

올해 세수도 과소추정된 듯

세목별로는 지난해 59조2000억원이 걷힌 법인세의 전년 대비 세수 증가폭이 7조1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2016년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작년에 이뤄진 법인세 신고액이 급증한 결과다. 부가가치세는 민간소비가 1~3분기 2.0~2.5%씩 증가한 덕분에 전년보다 5조3000억원 더 걷혔다. 소득세는 명목임금 상승 등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3조원), 부동산 및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1조5000억원) 등에 힘입어 6조6000억원 세수가 늘었다.

지난해 국세 세수가 265조4000억원에 달하면서 올해 본예산 편성 때 정부가 잡아놓은 세수 예측치(268조2000억원)도 과소추정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세수 추정치는 작년보다 1% 남짓(2조8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세수는 일반적으로 경상성장률 수준만큼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4.5%의 경상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불용 예산은 크게 줄어

세입과 달리 세출은 목표에 근접했다. 쓰지 못한 예산을 뜻하는 불용액은 지난해 7조1000억원으로 전년(11조원)보다 3조9000억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활성화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추경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연말 불용 최소화를 위해 재정집행에 적극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세입 및 세출 마감 실적을 토대로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국가결산보고서는 감사원의 결산검사를 거쳐 오는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