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티하우스 ‘트리아농’
청담동 티하우스 ‘트리아농’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맞은편, 이국적인 흰색 건물이 눈에 띈다. 정원처럼 꾸며진 작은 마당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아담한 공간의 티살롱이 나온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트리아농’이다. 샌드위치, 마카롱, 스콘, 티라미수 등 차와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를 2단으로 담아낸 ‘애프터눈 티세트’가 이곳의 인기메뉴. 1인당 1만8000원의 저렴하진 않은 가격이지만 오후 4시가 되면 차를 즐기려는 손님으로 북적인다.

여유시간에 커피 대신 차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영국의 전통문화인 ‘애프터눈 티’ 전문점부터, 수백년 된 외국 유명 차브랜드를 즐길 수 있는 티카페, 개성있는 블렌딩과 분위기를 내세운 숨은 찻집까지 다양한 개성이 있는 차 전문점이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차는 커피보다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고, 좀 더 건강하게 ‘힐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핫플레이스 된 티하우스

커피 중심이던 카페시장에서 차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3년 전부터다. 서울 신사동과 압구정동 한남동 홍대 부근을 중심으로 개인이 하는 티 전문점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독특한 분위기와 맛으로 ‘인스타그램 성지’가 된 곳도 많다.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청담동 트리아농, 홍대 살롱드데지레, 이태원 야스와 몽상클레르 등이 있다. 서울에 많이 알려진 데만 10여 곳이다. 보통 1인당 2만~3만원대 가격에 차와 여기에 어울리는 각종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마리아주프레르, 로네펠트 등 유명한 브랜드 차뿐 아니라 직접 블렌딩한 차도 판다. 트리아농은 독특하고 예쁜 인테리어 때문에, 살롱드데지레는 웨지우드 등 영국에서 직접 수입한 찻잔과 엔틱한 가구들 때문에 일부러 찾는 사람이 많다. 신사동 부근의 비토니, 티엘스, 티컬렉티브 등도 분위기 좋은 티전문점으로 꼽힌다.

티하우스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여러 매장을 운영하며 브랜드화한 곳들도 생겨났다. 클로리스와 룩아워티, 티타임라운지 등이 대표적이다. 신촌 본점을 포함해 역삼, 신논현, 코엑스 등 6개 매장을 운영하는 클로리스는 엔틱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스트레이트 티와 플레이버 티, 허브티 등을 판다. 아쌈과 우바 홍차를 블렌딩한 오리지널 밀크티가 유명하다.

룩아워티는 블렌딩 티 제품을 팔면서 티 브랜드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15년 설립된 이 업체는 경기 분당과 서울 코엑스 등에서 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생강 대추 도라지 우엉을 넣은 ‘웜업진저’, 레몬그라스 라벤더 페퍼민트오일 등을 블렌딩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 좋은 ‘굿 브레스’ 등이 인기다.

◆수백년 된 왕실 브랜드도 한국에 노크

중국에서 시작된 차 문화는 17세기 중반 이후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거쳐 영국 등으로 전해졌다. 유럽 귀족과 왕족들이 차를 ‘동양의 신비’로 여겨 동경하고 즐기면서 홍차로 대표되는 고유의 차 문화가 생겼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유럽의 수백년 된 홍차 브랜드들이 최근 한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고가의 티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층이 형성돼 있고, 티 문화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는 게 이들 업체가 한국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182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한 티 브랜드 로네펠트는 판교와 코엑스, 상암 등에서, 32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다만프레르는 광화문에서 티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영국 왕실에서 마시는 차로 알려진 포트넘&메이슨(1707년 설립)도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티하우스를 내는 것도 검토 중이다.

커피에 집중하던 커피전문점 역시 차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미국 본사에서 인수한 차 브랜드 티바나를 활용한 ‘티바나 인스파이어드’ 코너를 국내 매장 네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문 직원이 티백에 넣지 않은 차 재료(루스티)를 다양한 방식으로 우려준다. 투썸플레이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티 브랜드 TWG를 지난해 5월 들여왔다. TWG 티를 활용해 다양한 ‘티 베리에이션’ 음료를 개발하면서 매출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디야 역시 2016년 말 자체 블렌딩티를 도입하고 지난해 10월 과일청 제품을 내놓는 등 티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차 시장의 바리스타’…티소믈리에

국내에서 1세대 티하우스를 연 것은 직접 키운 프리미엄 녹차를 내세우는 아모레퍼시픽의 오설록이다. ‘사라진 한국의 차문화를 되살리겠다’며 녹차밭을 가꾸던 것에서 시작해 2004년부터 티하우스사업으로 확장했다. 2009년엔 한방차 테이크아웃 카페를 표방한 오가다도 등장했다. 한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티하우스 시장이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하우스가 늘면서 티소믈리에라는 직업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티협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약 1000명이 과정을 수료하고 티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다. 차의 산지와 종류, 가향, 가미 여부 등을 고려하면 차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다양한 차를 소비자가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티소믈리에 역할이다. 한국티협회 관계자는 “차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나라에서 즐기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커피가 발전하는 사회에 활력을 주는 ‘에너지 음료’라면 차는 빠른 성장 과정에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치유하는 ‘힐링 음료’”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