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절망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도 영혼의 아름다움과 구원을 꿈꿨다.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도 그랬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그는 옴스크의 감옥에서 유산을 노린 ‘친부 살인범’을 알게 됐다. 그러나 훗날 범인은 그 남자의 약혼녀를 사랑한 동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 메모를 30년 가까이 보관해온 그는 죽기 1년 전 소설로 옮겼다. 작품에 나오는 탐욕적인 아버지와 친부 살해범으로 체포되는 맏아들 얘기가 서로 닮았다.
그가 서문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뒷부분을 쓸 것이라고 밝힌 이 소설은 ‘미완이어서 더욱 빛나는 작품’으로 극찬받고 있다. 이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온 인류를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내 곁의 이웃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그의 말을 되새기게 하는 공연들이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미완성 유고작 《명암(明暗)》이 100여 년 만에 새로 번역됐다. 그도 도스토예프스키처럼 가난과 병으로 고통받았다. 일본 문부성의 국비 유학생 1호로 영국에서 공부한 그는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신경쇠약과 위궤양으로 고생하다가 《명암》 연재 중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부다. 이들은 서로의 말이나 행동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쉼없이 이해와 애정을 바란다. 주변 이웃과 친척들과도 잘 지내려 하지만 늘 소통불능에 빠진다. 가족과 동료, 상사와 부하, 친구 사이에 겪는 현대인의 불통을 100년 전 인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소리가 난다”고 했던 나쓰메 소세키. 어제는 그의 151번째 생일이자, 도스토예프스키가 137년 전 타계한 날이다. 인간의 ‘명암’을 깊이있게 조명한 두 작가의 작품과 삶은 지금 여기 우리 모두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