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공식 요청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연내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으로선 현재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워낙 심한 가운데 돌파구가 필요하고, 그 돌파구가 우리 정부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일단 남북 간 회담 관련 논의를 관망하겠지만 대북 압박 강도는 종전보다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정상회담이 6·15 공동선언이나 8·15 광복절 같은 계기 때 열릴 것이란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며 “문제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섰을 때 핵을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에만 집중하려 한다면 우리 정부가 무척 난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일 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에선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이 한 역할을 거론하며 한국도 보답을 해 달라고 요구를 할 것이며, 그것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잠정 또는 완전 중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은 이번 회담 요청을 통해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비하려는 시간을 벌기 위해 힘을 기울일 것 같다”며 “회담 시기가 언제 될진 모르며, 가능한 한 서로 빨리 만나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남북정상회담까지 했는데 북한이 핵을 놓지 않고, 또 다시 핵실험 도발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잃게 만든다”며 “이는 미국에 군사 옵션의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