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 만약 철수한다면 전체 매출액 4분의 1가량을 잃게 되고 시장점유율 역시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12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롯데와 인천공항공사 간 임대료 협상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양측이 꾸준히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9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데다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면세점 사업권 포기 의사까지 내비쳤었다.

3년 전 인천공항점 3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롯데는 당초 계약 기간 중 3·4차년도 임대료를 전년보다 50% 올리는 구조로 계약했었다. 이를 감안하면 롯데의 5년간 임대료는 4조원을 웃돈다.

당초 입점 시 중국 관광객으로 호황을 누렸던 롯데는 사드 여파 탓에 작년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298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사상 첫 6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점유율은 2016년 48.6%에서 41.9%로 떨어졌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6조598억원. 이 가운데 인천공항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조1200억원이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점 외에도 괌 공항의 면세점 사업권과 월드타워점의 특허(영업권) 유지까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인천공항에서 철수한다면 면세점 사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괌 법원은 이달 2일 글로벌 면세사업자 DFS가 괌 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2012년 입찰을 무효로 하고 재입찰을 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돼 괌 공항공사가 새 사업자를 선정하면 롯데는 일단 괌 공항에서 철수해야 한다.

지난해 1월 재개장한 월드타워점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는 13일 열릴 선고 공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면 잠실면세점의 특허(영업권)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5721억원. 인천공항점과 월드타워점을 제외하면 롯데면세점의 매출액은 4조3668억원가량이다. 업계 2위 신라면세점의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4490억원으로 전년보다 14.65% 증가했다. 롯데와 신라를 위협하고 있는 신세계면세점 역시 1조8344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90.9%) 급증했다.

롯데면세점이 주요 사업장인 인천공항점과 월드타워점을 수성하지 못할 경우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전체 4개 구역 모두 또는 화장품 일부 구역 철수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면서 "품목별 영업요율이 어떻게 변경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면 또는 일부 철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은 설 연휴 이후로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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