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다. 인간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정수인 예술을 담아내는 그릇은 늘 동시대 첨단기술로 빚어졌다.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 있던 사진과 영상이 20세기를 거쳐 ‘일상 너머 이상을 찍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21세기 들어선 인공지능(AI)이 새롭게 예술의 영역에 자리 잡는 모습은 이런 예술과 기술의 불가분성을 보여준다. 예술과 기술은 어쩌면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존재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융합해 만들어진 ‘작품’이나 ‘상품’은 때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단초가 된다. 그러려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던 예술가가 밖으로 나와 기술을 실험하고,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사업으로 ‘아트코리아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가들이 창업한 초기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창·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창업주기 전반을 종합 지원하는 플랫폼이다.“예술기업과 파트너십, 새로운 사업기회 엿봤다”올해도 아트코리아랩을 통해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7개 선도기업 관계자들이 초청된 자리에서다. 10개의 예술기업과 함께 올해 하반기 동안 예술과 기술의 융합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예술가로서, 특히 음악인으로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재즈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이 작고하기 전 치매에 걸려 많은 것이 흐려지던 때에도 불구하고 ‘Fly Me To The Moon’을 아름답게 부르던 모습이 생각난다.시간이 흐르고 몸은 지쳐갈지언정, 음악을 평생의 숙명으로 이어오던 이들은 음악으로서 어쩔 수 없는 영생을 누린다. 그들에게 있어 늙은 것이 추하다는 것은 그저 머나먼 이야기. 그만이 사랑하는 음을 좇고, 최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손과 몸과 얼굴에는 반짝이는 생기가 가득할 뿐이다.지난 11월 24일 오후 5시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리 릿나워(Lee Ritenour) &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 이반 린스(Ivan Lins)의 내한 공연이 진행되었다. 리 릿나워와 데이브 그루신 두 사람의 내한 공연은 몇 차례 진행된 바 있으나, 이반 린스와 함께 방한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특히 브라질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해낼 현지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함께 하여 퓨전 재즈뿐 아니라 브라질 음악 애호가들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리 릿나워는 1952년생, 현재 72세로서 기타 영재로 주목을 받았던 10대 때부터 지금껏 음악 활동을 활발히 이어 오고 있다. 스틸리 댄, 스탠리 클락, 핑크 플로이드, 스티비 원더 등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재즈를 기반으로 한 라틴, 브라질 퓨전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깔끔하고 팝적인 음악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시적이고 단정한 솔로 연주가 큰 특징으로 여겨진다.그와 오랜 세월 함께 음악을 이어온 데이브 그루신은 1934년생으로 연세가 무려 90세 달하는 거장이다. 재즈와 영화 음악 작곡에 있어
"불쾌한 냄새가 나는 광산을 멀리했고 염소 우유의 지독한 냄새도 싫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만들어주시는 민트 맛 사탕의 향기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지난 8월 별세한 고(故) 김필주 박사의 쪽지는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함경남도 영흥에서 태어난 그는 월남한 뒤 미국에서 평생을 농학자로 살았다. 고인은 텅스텐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아침마다 건네주던 염소 우유를 떠올렸다. 그때 북녘의 냄새를 기억한다고 했다.올해 4~11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울려 퍼진 '고향의 향기'가 서울로 이어졌다. 한국관에서 열렸던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전시가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구정아 작가가 지난해 김 박사 등 전 세계인 600여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한국의 향'에 관한 기억으로 만든 17가지 향기로 구성한 전시다.이번 한국관 전시는 참신함과 난해함 사이에 있었다. 주변 나라들이 앞다퉈 대형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로 국가관을 꾸밀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로 전시장을 채웠다. 전시 제목의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를 합친 단어다. 2년마다 열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 참가한 나라들은 저마다 국가관을 설치해 자국 미술을 알린다.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그는 본인을 '어디서나 살고 작업하는 작가'로 소개한다. 전 세계를 활보하며 건축 언어 드로잉 회화 조각 영상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기 때문이다. 향기를 다룬 것도 1996년 대학 재학 시절부터다. 옷장 속 나프탈렌을 주제로 다룬 실험적인 전시를 당시 선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