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지난 9일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행사(리셉션)에선 꽃차(茶)가 등장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한정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귀빈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제공된 차는 국내 차 업계 3위 중소기업인 티젠이 만든 ‘평창의 향기’다. 강원 평창에서 직접 채취한 수국으로 만들었다. 12일 김종태 티젠 대표는 “귀빈 만찬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귀국선물로도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차에 담긴 의미 ‘세계 화합’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귀빈을 접대할 차를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평창의 향기’를 제작했다. 그는 “8종류의 꽃으로 조화로운 향을 냈다”며 “평창 올림픽으로 세계가 화합하자는 정신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차의 베이스로는 올림픽이 열리는 발왕산 해발 700m에서 자란 야생 수국을 사용했다. 수국의 향을 중화시키기 위해 국화를 첨가하고, 6개 대륙을 각각 원산지로 한 마리골드, 로즈, 자스민, 캐모마일, 콘플라워, 레몬그라스를 넣었다.

김 대표는 올림픽 이전부터 청와대 국빈 접대용으로 이 차를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차담회에서도 쓰였다. 김 대표는 “멜라니아 여사가 ‘향이 굉장히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납품용 제품 100개만 한정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평창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간편하고 예쁜 제품…차 문화 확산”

김 대표는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두 차례 금상을 받은 ‘차 전문가’로 꼽힌다. 태평양(아모레퍼시픽) 중앙연구소 식품연구실 출신인 그는 대만차연구소, 스리랑카차연구소, 중국차연구소 등에서 수학했다.

그는 “차는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고 바쁜 생활에서 여유를 찾게 해주는데도 국내에선 차 문화가 확산되지 않아 아직 맛과 향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해 손쉽고 재미있게 마실 수 있는 차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커피머신에 넣으면 30~40초 안에 차가 우려져 나오는 ‘캡슐 티’, 태그를 고리형으로 만들어 주전자와 테이크아웃 컵, 텀블러 등에 걸리게 한 귀여운 디자인의 티백 등도 이런 이유로 선보였다.

◆“기능성 차로 세계 사로잡을 것”

현재 대만, 미국, 싱가폴, 홍콩 등 16개 국가에 여러 차 제품을 수출하는 티젠은 앞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웰니스 티’를 통해 세계를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은 차 수출은 유자차가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유자차를 제외하면 차 원료가 자라기에 자연환경이 좋지 않아 특색있는 차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숙면을 돕고 변비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차를 개발 중”이라며 “세계인의 식탁에 우리 차를 올리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양=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