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자.’ 주방용품 제조업체 해피콜의 신제품 개발 철학이다. 2001년 해피콜은 창업 2년 만에 첫 제품으로 ‘양면 압력팬’을 선보였다. 붕어빵 기계처럼 위아래로 접히는 프라이팬이다. 주부들이 생선을 구울 때 기름이 튀거나 화상을 입는 등 불편을 겪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양면팬은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대박을 쳤다. 해피콜은 프랑스 테팔, 독일 휘슬러 등 해외 브랜드가 장악해온 국내 주방용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2016년 8월 창업주인 이현삼 전 해피콜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해외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사모펀드(PEF)에 회사를 매각했다. 새 사령탑의 지휘하에 해피콜은 ‘제2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2020년까지 수출을 5000만달러(약 540억원)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작년(2200만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해피콜, 그래핀 소재 프라이팬으로 혁신 이어간다
◆‘혁신 DNA’ 잇는 크로커다일팬

해피콜, 그래핀 소재 프라이팬으로 혁신 이어간다
주인이 바뀌었지만 해피콜의 혁신은 멈추지 않았다. 신제품 개발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작년 말 ‘꿈의 나노 물질’이라 불리는 그래핀 소재를 적용한 ‘크로커다일’ 프라이팬을 내놨다. 그래핀 소재를 프라이팬에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핀의 강도는 강철의 200배, 전도율은 구리의 100배다. 해피콜은 신제품의 내·외장에 그래핀을 적용, 열전도율과 내구성을 높였다.

해피콜 관계자는 “계란프라이 한 개 익는 데 평균 5분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100개를 요리하면 500분이 걸린다”며 “열전도율을 높여 개당 요리 시간을 1분씩 줄이면 프라이팬 코팅을 100분 더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피콜, 그래핀 소재 프라이팬으로 혁신 이어간다
다음달 ‘싱크로 IH 양면팬’도 선보일 예정이다. 양면팬에 그래핀 소재를 적용한 제품으로 인덕션을 포함한 모든 열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IH(induction heating) 기능도 추가했다.

‘해피콜=홈쇼핑’이란 인식이 강할 정도로 홈쇼핑에 집중됐던 유통 채널도 다변화하고 있다. 작년 기존 대형마트 이외에 하이마트, 코스트코에 새로 입점했다. 온라인 유통시장 성장 추세에 맞춰 주요 온라인몰에도 들어갔다. 최근 배우 다니엘 헤니를 내세워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병준 유통사업본부장은 “사모펀드 인수 전 홈쇼핑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으나 인수 후 새로운 온·오프라인 채널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내 수출 5000만달러 목표”

해외에선 현지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을 강화,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중국에선 현지 요리에 많이 쓰는 전통 팬 ‘웍’의 크기(지름)를 기존 30㎝에서 32㎝로 키웠다. 중국에서도 티몰 쑤닝 등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 기존 홈쇼핑 위주의 유통 채널을 바꾸고 있다.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선 백화점 등에 입점, 고급 브랜드 전략을 구사한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선 중동 1위 홈쇼핑업체인 시트러스 홈쇼핑을 통해 15개국에 제품을 판매 중이다. 여성들의 외부 활동이 어려운 현지 문화를 고려해 홈쇼핑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해피콜은 2010년부터 2000만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수출 규모를 2020년 5000만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해피콜 관계자는 “현지인들의 식생활 이해를 통해 수출형 주방용품을 개발하고 국가별로 효과적인 유통 채널을 개척하고 있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