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맨 오른쪽)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새출발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맨 오른쪽)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새출발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보상체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성과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CEO들이 ‘황제연봉’을 받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금융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 점검 결과에 따라 금융업계 CEO들의 연봉 책정 방식이 기존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성과보상체계 집중 점검”

금융사 CEO '황제연봉' 손보겠다는 금감원
금감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번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회사 CEO의 성과보수체계가 객관적이고 장기 실적에 연동됐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성과보수체계 관련 조항을 준수했는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의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애초 예고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5일 금융혁신 추진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채용비리, 황제연봉 등 금융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나온 신년사에선 “고액 연봉자의 보수 공시를 강화하고 장기근속자의 명예퇴직이 더 많은 청년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간 빅딜’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지난해 12월 “일반 직원의 보상과 최고경영진의 보상 차이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성과보수체계의 큰 틀만 제시하고 있다. 성과보수의 40% 이상에 대해선 3년 이상 나눠 받으라고 정해 둔 정도다. 이연지급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시에 지급할 수 있다.

◆“실적에 따라 연봉 지급했을 뿐”

금융회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 CEO들의 연봉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016년 연봉이 10억2400만원으로 전년도 7억7000만원보다 3억원가량 늘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연봉이 2015년 6억3100만원에서 2016년 9억8500만원으로 늘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지난해 연봉은 더 올라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각 금융그룹의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서다.

하지만 금감원의 의견은 다르다. 금융그룹 실적이 올라간 원인 중에 각 CEO의 개인적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의 영업구조가 비슷하고 가계대출로 ‘땅짚고 헤엄치기’ 수익을 올리는데 연봉만 올리는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는 국내 금융사 CEO 연봉이 미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2820만달러,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회장은 225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기업대출에서 가계대출로 영업의 포커스를 바꿔 수익을 늘린 것도 CEO의 역량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그간 금융당국 지침대로 CEO 연봉 설계를 해왔는데 또다시 간섭에 나설 모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이어 주요 임원 연봉까지 보겠다는 것은 금융회사를 길들이기 위한 차원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성과보수체계 외에 CEO 선임 절차와 경영승계 계획 등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실태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