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마트 공장'도 앞서가는 중국
중국 TV 시장에서 선두권 다툼을 벌이는 스카이워스는 선전시 바오안구 공장에서 연간 1000만 대의 TV를 생산한다. 그런데 선전 공장에는 의외로 작업자 수가 많지 않다. 자동화 설비가 주를 이뤄 기계를 관리하는 직원을 제외하면 평소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이 회사의 최종구 디지털 부문 이사는 “인구가 13억 명 이상인 중국에서 기업이 구인난을 겪는다는 게 믿어지느냐”며 “중국도 풍부한 인력과 저임금으로 제조업 특수를 누리던 시기가 끝났다”고 말했다. 아남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최 이사는 1996년부터 중국 업체에서 일해왔다.

그에 따르면 선전의 구인난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서 비롯됐다. 매년 20% 가까이 가파르게 오르자 중국 내륙 청년들이 고향에 있는 일자리에 만족하고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연안 대도시로 이동하지 않았다. 인건비가 버거워진 외국 기업은 중국을 빠져나갔다. 기업의 ‘탈(脫)중국’과 구인난이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2016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그해 선전의 임금 인상률은 5%까지 떨어졌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조업 강국의 입지를 다지려는 중국 정부는 스마트팩토리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발전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적극 도입했다. 기업이 생산시설의 자동화계획(안)을 정부에 제안하면 비용의 30%까지 지원해 준다. 자동화설비 국산화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지면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난다. 스카이워스도 최근 3년간 약 50억원을 지원받았다. 올 상반기에는 선전 공장 생산인력을 3분의 1로 줄일 계획이다.

우리도 정부가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인건비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제조시설을 해외로 옮기거나 자동화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생산시설 자동화도 (현금)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이나 가능하다. 정부의 홍보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력이 없거나 대책이 없는 기업이 적지 않다.

중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조사 결과(2016년 한국경제연구원)가 나온 지 오래다. 중국의 변화를 볼 때마다 우리 제조업의 미래를 가늠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