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자 스키점프 대표 박규림의 첫 비행… "4년 뒤엔 더 멀리"
스키점프 불모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이지만,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새 역사가 한 페이지 추가됐다.

처음으로 여자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선 것이다.

박규림은 12일 밤 평창의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노멀힐 개인전 1라운드에서 56m를 비행해 14.2점을 받아 출전 선수 35명 중 최하위에 자리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격차를 실감하며 30명이 겨루는 최종 결선엔 오르지 못했지만, 4년 전 올림픽에 첫선을 보인 여자 스키점프에 한 명의 선수도 내보내지 못했던 한국은 이 한 번의 점프로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 명단에 이름을 남겼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박규림은 "시즌 초반 생각보다 좋은 점프를 이어갔기 때문에 올림픽에서도 그게 이어지기를 바랐는데, 이번엔 초반만큼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스키점프를 시작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바라보며 준비해 온 평창 올림픽 무대에 마침내 서서 점프를 마친 후련함도 엿보였다.
첫 여자 스키점프 대표 박규림의 첫 비행… "4년 뒤엔 더 멀리"
박규림은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면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 그것도 평창에서 한국 관중들이 응원해주시는 걸 느끼면서 뛸 수 있어서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아직 스키점프를 시작한 지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박규림은 한국의 사실상 유일한 여자 스키점프 선수다.

평창 올림픽에 개최국 국가 배정으로 출전이 확정적이었으나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출전해 자력으로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떨리는 데뷔전을 마친 그는 더 나은 모습으로 2022년 베이징을 기약했다.

박규림은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4년 뒤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평창에 불어온 매서운 바람을 언급하며 "점프대 위에서는 더 세게 불었지만, 다 안전하게 돼 있다"고 씩씩하게 말한 그는 큰 대회를 마친 여유를 누릴 틈도 없이 "일단 올라가서 코치님을 뵙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