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자회사 미래에셋대우의 유상증자에 최대한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영구채 카드' 꺼낸 까닭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은 다음달 초 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달 중 국내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채권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등 본격적인 발행 실무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일반적인 영구채 발행방식을 고려하면 발행일로부터 5년 후 조기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붙은 30년 만기 채권 형태로 찍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IB업계의 관측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 연장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영구채 신용등급을 기업 신용도보다 두 단계 낮게 부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신용등급은 10개 신용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안정적)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영구채 발행에 나서는 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미래에셋대우의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우선주)에 최대한 많이 출자하기 위해서다. 여신전문금융법상 여신 전문 금융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회사 지분(장부가액 기준)은 자기자본의 150%를 넘어서는 안 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8209억원)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1조1895억원) 비율은 144.91%로 기준선에 임박해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대우(지분율 18.24%) 미래에셋생명보험(16.60%) 부동산114(71.91%)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초 IB업계에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 유상증자에서 배정받은 주식물량(우선주 2456만5026주)을 모두 사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대우가 오는 21~22일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받을 청약에서 배정 주식물량의 상당량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27일 자회사 부동산114(지분 71.91%) 매각을 마무리하면 458억원도 확보하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과 부동산114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에 지난해 4분기부터 벌어들인 현금까지 합하면 1000억원 이상의 자본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유상증자 청약에서 배정받은 주식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