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명절 특근 사라진 지 오래… 일감 줄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도권 산업단지 '우울한 설맞이'
설 연휴 앞둔 반월·시화·남동 산업단지 가보니
한숨 내쉬는 자동차협력사
GM공장 폐쇄 터질게 터진 것
현대·기아차 발주 일감도 급감
잔업·야근 없어 설에 문 닫습니다
인근 식당·편의점도 한산
오후 8시 지나면 무서울만큼 조용
몇 년새 산업단지 땅값 5~10% 떨어져
설 연휴 앞둔 반월·시화·남동 산업단지 가보니
한숨 내쉬는 자동차협력사
GM공장 폐쇄 터질게 터진 것
현대·기아차 발주 일감도 급감
잔업·야근 없어 설에 문 닫습니다
인근 식당·편의점도 한산
오후 8시 지나면 무서울만큼 조용
몇 년새 산업단지 땅값 5~10% 떨어져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예요. 은행에서도 GM이 발행하는 전자어음을 못 믿겠다고 하더니….”(자동차 설비업체 A사 대표)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3일. 자동차 부품과 제조 설비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 안산의 반월·시화산업단지(옛 공단)에는 우울한 기운이 팽배했다. 이날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5월 말 예정)를 발표하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수도권 산업단지에선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 일감 감소 등으로 잔업이 급감하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관련 업종 “내년이 안 보인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한국GM에 자동차 제조설비를 납품하는 A사의 K대표는 “내년에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나 급감했고 올해엔 더 줄어들 전망이다. K대표는 “지난해 3월 GM에서 납품대금을 전자어음으로 받아 현금화하는 데 8개월이나 걸렸고 그나마 2년 전부터는 선불 계약금(납품총액의 20%)도 주지 않아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앞으로 군산공장이 문을 닫고 신차 개발 소식도 없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 2차 공급업체인 J사의 G사장도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우린 GM의 납품 물량을 20% 이하로 줄여놔 당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현대·기아차도 판매가 부진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다”고 말했다.
표면처리(도금) 중소기업이 1만2000㎡ 부지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안산도금단지는 일거리가 줄면서 퇴근 시간인 오후 7시부터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성광용 도금단지 상무는 “GM과 현대·기아차에서 발주하는 일거리가 모두 줄어 잔업이 사라졌다”며 “일부 발 빠른 업체는 전기차 관련 공정으로 바꾸고 자동화 비율을 끌어올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잔업·야근도 사라져
반월산단 대로변에는 3~4대씩 줄지어 주차돼 있는 5t짜리 대형 화물트럭이 자주 눈에 띄었다. 운반할 화물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이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기사는 화물차 옆에서 ‘24시콜화물’ 앱(응용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 사용하는 ‘카카오택시’처럼 화물차 수요자와 화물 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이 기사는 “전국적으로 보면 반월과 시화가 수도권이라 짐이 가장 많은 곳인데 예전에 비하면 확 줄었다”며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그럭저럭 화물이 있어도 금·토·일요일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월산단의 한 제지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10년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주변 공장을 봐도 일감이 없다고 난리”라며 “국내 제조업이 점차 고사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고 했다. 인근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서모씨도 “올해 잔업과 야근 등이 없어지면서 수당과 상여금이 대폭 줄었다”며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대부분 업체가 공장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산업단지 내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임대 문의’ ‘공장 매물’ 등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공장들 사이에 자리잡은 편의점과 간이 식당에서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반월산단 만해로에 한 매점 주인은 “잔업과 야근이 없어져 간식을 사 먹을 일도 없고 아침에 출근해 점심 먹고 오후 5~6시면 다 퇴근한다”며 “8시가 지나면 이곳은 무서울 만큼 조용하다”고 말했다. 반월산단에서 15년째 공장부지를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C씨는 “최근 몇 년 새 땅값이 5~10%가량 눈에 띄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문혜정/이우상 기자/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과 4년)·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년)·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년)·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인턴기자 selenmoon@hankyung.com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3일. 자동차 부품과 제조 설비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 안산의 반월·시화산업단지(옛 공단)에는 우울한 기운이 팽배했다. 이날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5월 말 예정)를 발표하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수도권 산업단지에선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 일감 감소 등으로 잔업이 급감하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관련 업종 “내년이 안 보인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한국GM에 자동차 제조설비를 납품하는 A사의 K대표는 “내년에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나 급감했고 올해엔 더 줄어들 전망이다. K대표는 “지난해 3월 GM에서 납품대금을 전자어음으로 받아 현금화하는 데 8개월이나 걸렸고 그나마 2년 전부터는 선불 계약금(납품총액의 20%)도 주지 않아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앞으로 군산공장이 문을 닫고 신차 개발 소식도 없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 2차 공급업체인 J사의 G사장도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우린 GM의 납품 물량을 20% 이하로 줄여놔 당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현대·기아차도 판매가 부진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다”고 말했다.
표면처리(도금) 중소기업이 1만2000㎡ 부지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안산도금단지는 일거리가 줄면서 퇴근 시간인 오후 7시부터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성광용 도금단지 상무는 “GM과 현대·기아차에서 발주하는 일거리가 모두 줄어 잔업이 사라졌다”며 “일부 발 빠른 업체는 전기차 관련 공정으로 바꾸고 자동화 비율을 끌어올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잔업·야근도 사라져
반월산단 대로변에는 3~4대씩 줄지어 주차돼 있는 5t짜리 대형 화물트럭이 자주 눈에 띄었다. 운반할 화물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이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기사는 화물차 옆에서 ‘24시콜화물’ 앱(응용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 사용하는 ‘카카오택시’처럼 화물차 수요자와 화물 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이 기사는 “전국적으로 보면 반월과 시화가 수도권이라 짐이 가장 많은 곳인데 예전에 비하면 확 줄었다”며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그럭저럭 화물이 있어도 금·토·일요일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월산단의 한 제지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10년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주변 공장을 봐도 일감이 없다고 난리”라며 “국내 제조업이 점차 고사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고 했다. 인근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서모씨도 “올해 잔업과 야근 등이 없어지면서 수당과 상여금이 대폭 줄었다”며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대부분 업체가 공장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산업단지 내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임대 문의’ ‘공장 매물’ 등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공장들 사이에 자리잡은 편의점과 간이 식당에서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반월산단 만해로에 한 매점 주인은 “잔업과 야근이 없어져 간식을 사 먹을 일도 없고 아침에 출근해 점심 먹고 오후 5~6시면 다 퇴근한다”며 “8시가 지나면 이곳은 무서울 만큼 조용하다”고 말했다. 반월산단에서 15년째 공장부지를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C씨는 “최근 몇 년 새 땅값이 5~10%가량 눈에 띄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문혜정/이우상 기자/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과 4년)·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년)·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년)·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인턴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