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低생산성' 한계…1996년 아산공장 이후 신규공장 '0'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생산 비중이 10여 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출시장 공략 과정에서 관세 등을 고려해 현지 생산시설을 많이 지었기 때문인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만큼 생산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한국 내 생산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경영난을 겪는 한국지엠(GM)이 최근 한국 내 사업 철수 또는 축소를 고려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2006년 73.3%에 이르던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작년 말 기준 44%로 떨어졌다.

2012년(49%) 처음 50% 밑으로 내려간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이후 ▲ 2013년 45.7% ▲ 2014년 44.8% ▲ 2015년 44.8%를 거쳐 2016년 41%까지 추락했다가, 지난해 중국·미국 등 현지 생산 차량의 판매가 워낙 부진했던 탓에 3%포인트 정도 반등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이 2011년(347만6천175대) 이후 317만4천230대(2017년)~358만8천893대(2014년) 사이에서 등락하면서 정체 또는 감소하는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만해도 현대 엑센트의 북미 수출 물량은 7월 이후 국내에서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되면서 12월까지 누적 약 1만5천대가 이번 국내 생산 통계에서 빠졌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신규공장 건립은 아산공장 준공(1996년 11월) 이후 21년 동안 없었고, '증설' 사례조차 4년여 전 기아차 광주공장(2013년 6월)이 마지막이다.

작년 국가별 차 생산량(자국내 생산만 포함·해외공장 생산 제외) 순위 집계에서도 한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 10대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최근 2년 연속 생산이 뒷걸음질했다.

세계 6위 한국의 지난해 국내 생산량(411만4천913대)은 1년 사이 2.7% 줄어, 7위 멕시코(406만8천415대)와의 격차가 불과 4만대 수준까지 좁혀졌다.

이처럼 자동차업계가 국내 공장 설립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해외 생산기지 확충에 집중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국내의 '높은 비용-낮은 생산성' 구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천213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3.9% 올랐다.

이미 일본 도요타(9천104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천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를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도 월등히 크다.

국내 완성차 5곳의 2016년 평균 임금 비중은 12.2%로 도요타(7.8%)나 폭스바겐(9.5%)와 큰 격차가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일본(도요타), 미국(포드)보다 각 11%, 26% 더 많이 소요되는 등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현대차미국법인(HMA)장(부사장)도 지난 1월 간담회에서 "한국의 인건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기 때문에, 국내 생산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권역별로 가는(생산량 조절 등) 게 교역 문제나 인건비 문제 등에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장에 맞게 산업구조, 인력구조가 재편돼야 하는데, '유연성'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산업 '코리아 엑소더스'… 국내 생산 비중 10여년새 반토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