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없는' 온누리 전자상품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온누리 전자상품권(카드형)이 시장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홍보에 힘을 쏟으면서 직원에게 명절 성과급을 온누리 전자상품권으로 주는 회사가 늘고 있지만 정작 카드를 들고 시장에 가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에선 “온누리 전자상품권 싸게 팝니다”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온누리 전자상품권은 2012년부터 발행됐다. 소비자로부터 받은 상품권을 모아 은행에 가서 환전해야 하는 상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가맹점으로 등록된 점포에서만 결제가 승인되도록 해 부정 유통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본지가 14일 서울 경동시장, 남성시장, 광장시장, 마장축산물시장 등 네 곳에서 40곳 이상의 점포를 취재한 결과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받는 시장 점포는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카드형 상품권의 존재를 알고 있는 점포도 10곳 중 3곳에 그쳤다. 광장시장에서 굴비, 건어물 등을 파는 한 점포가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받고 있다고는 했지만 “몇천원 깎아주고 현금으로 받는 게 더 좋다”며 “경기가 안 좋아 남는 것도 없는데 세금까지 내야 하니 누가 이걸로 받고 싶겠냐”고 되물었다. 광장시장은 ‘전자상품권 시범시장’으로 지정돼 있지만 전체 1756곳 점포 중 전자상품권 가맹점은 30곳에 불과하다. 경동시장의 한 상인은 “수수료가 부담이라 카드단말기를 아예 설치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수수료를 정부가 부담한다”고 알려주자 그래도 “어쨌든 카드 아니냐”고 반문했다.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데도 불편이 적지 않다. 등록절차가 복잡하고 사용할 수 있는 쇼핑몰도 몇개 안된다. 한 회사원은 “명절 성과급으로 받으면 매번 중고거래사이트에 올리고 있지만 명절 땐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 팔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에선 카드형 상품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구·부산·경남·기업·우리·농협은행과 비씨카드사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은행에선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이 돌아왔다.

조아란 기자/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년)·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과 4년) 인턴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