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전액 해외로…씨티그룹 100% 출자 법인이 지분 99.98% 보유
지난해 점포 80%가량 줄여…씨티 노조 "당혹스럽다"

지난해 영업점을 대폭 줄이는 대신 투자를 위해 배당을 유보하겠다던 씨티은행이 1천억원 수준의 배당을 결정했다.

씨티은행의 배당금은 사실상 전액 해외로 보내진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한 주당 295원, 우선주 한 주당 34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938억9천133만원이다.

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이 9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1천억원에 가까운 배당금 전액이 국내에서 빠져나가 해외 본사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1천146억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올해는 배당을 유보할 것으로 봤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소비자 상대 영업점을 126개에서 36개로 줄이고 일부 점포를 자산관리 점포로 확대 개편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영업점 축소가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를 반대했다.

그러자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해 6월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국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이를 위해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배당을 유보하기로 건의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시중은행들에 "은행 배당 늘리지 말고 내부 유보를 늘려 위기를 대비하라"고 말한 바 있어 올해는 배당을 유보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은 주주가치 제고와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위해 자본비율이 양호한 국가는 이에 상응하는 배당을 실행하고 있다"며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배당 후에도 높은 수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씨티은행의 결정이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씨티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은행장이 직접 배당을 유보해 국내 투자를 늘리겠다고 해놓고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대규모 배당을 해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국내에 투자해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