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진영서도 첫 '미투'… 4년 전 성추행 피해 폭로
최근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시민운동 진영에서도 남성의 여성 성폭력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4일 시민사회단체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여성 시민운동가 A 씨는 지난 2014년 한 시민단체 남성 활동가 B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최근 자신이 속한 단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A 씨는 B 씨가 당시 자신에게는 사과했지만, 이후 지인들을 만나서는 성추행 행위가 합의 하에 이뤄진 양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 인물로 비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B 씨가 여러 활동가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여성 활동가들에게 '추근거리는' 말을 계속했고,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러 차례 거듭됐음에도 이 같은 언행은 고쳐지지 않았다고 A 씨는 밝혔다.

A 씨는 B 씨를 두고 "전반적으로 여성 활동가들에 대한 태도와 언행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이후 다른 인권활동가들에게 자신이 겪은 피해와 B 씨의 이후 언행을 전달하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문제제기가 오히려 내게 피해를 입히고 상처를 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옳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아무리 어려워도 바른 길을 가는 분들 옆에서 하루를 살아도 말하면서 살겠다"고 썼다.

A 씨는 자신의 문제제기를 방조한 활동가들을 두고도 "이 사안을 알고 있었던 개인과 조직들은 이 일이 이렇게 터져서 가장 시끄럽게 해결되게 만든 책임이 있다.

가해자보다 때로 더 심각하게 방조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A 씨의 폭로가 나온 뒤 B 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B 씨는 "용납될 수 없는 일로 큰 잘못을 했고, 명확한 문제제기를 받았음에도 이후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잘못된 언행을 지속해 A 씨를 비롯한 여성 활동가들께 반복해 잘못을 저지른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이 사죄드린다"고 썼다.

그는 "인생을 돌아보는 심정으로 성찰하고 반성하겠다.

아무리 반성하고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린 사죄를 드리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이 일로 충격을 받으시고 실망하셨을 인권운동 동료들께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A 씨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음에도 묵살한 활동가들도 "동료 활동가가 겪은 폭력과 고통에 감정이입하고 헤아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A 씨에 대한 사과와 함께 문제 해결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B 씨는 경찰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인 사건을 조사하고자 작년 8월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B 씨는 이날 오후 진상조사위에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설 연휴 이후 열리는 회의에서 B씨의 거취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