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대표 "금리 상승 타고 '가치주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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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과 함께 가치주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성장주의 힘이 약화되면서 당분간 증시가 제한적인 구간에서 움직일 전망입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국밸류운용) 대표(사진)는 설 연휴를 앞두고 [한경닷컴]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증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을 필두로 금리 상승이 화두가 될 전망인 만큼 성장주 장세가 점차 저물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글로벌 증시 호황을 이끈 경기 호조 및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소 앞서 반영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진행된 기업의 재고 감축 이후 최근 몇년간 이를 채우려는 재고 확충 수요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서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 확충(리스톡킹) 사이클에 따른 가수요로 증시가 한발 앞서 호황을 보였다"며 "유가 상승을 비롯한 상품가격 강세 역시 전량 실수요에 의한 상승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실물경기 회복이 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국면에서 2월 초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증시가 당분간 제한적인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진정한 실수요가 뒷받침돼 본격적인 성장이 나타날 수 있는 때까지는 휴지기가 필요하다"면서 "위든 아래든 제한적인 구간에서 증시가 움직일 전망인 만큼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향후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지수 등락 수준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대신 지난해 주도주였던 정보기술(IT) 및 바이오 대형주에 쏠렸던 온기가 규모 측면에서는 중·소형주로, 업종은 시클리컬 등으로 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가 높은 성장주보다는 PER 배수가 낮은 가치주가 부각될 수 있는 국면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 2.8%대를 넘은 상황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성장주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기업 실적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실적 성장률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높아 중소형주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중소형 가치주의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저금리·저성장 기조를 바탕으로 성장주인 미국 '팡(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의 대약진이 4년간 진행됐다"며 "금리가 낮을 때는 성장하는 기업이 돋보이지만 리스크 프리미엄상 금리가 인상되면 PER 배수가 높은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는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기준금리가 2~3년 안에 3%대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성장주가 꺾이고 가치주가 본격적으로 올라갈 때가 됐다"며 "종목군을 이루기보다는 업종 내 가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고 탄탄한 종목별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당부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 자산 가치가 급등한 상태란 점을 염두에 두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큰 위기에 대해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와 비교하면 미국 나스닥지수를 비롯해 주요 국가 대표지수들이 3~4배 상승한 상태인데, 마지막 불꽃은 항상 화려하지만 오지 않고 꺼져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은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저금리 시대에는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면서 부동산 투자가 용이했으나 금리가 상승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차입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전략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올해 1월1일부로 2006년 설립 당시부터 중추를 맡았던 한국밸류운용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기존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병행하면서 회사도 이끌게 된 것이다.
그는 "운용부터 마케팅까지 일관성 있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장점"이라며 "가치투자란 운용사의 철학을 공기와 같이 회사 사람들이 생활화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랜기간 준비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 가치주 펀드인 '아시아 밸류 펀드'(가칭)의 출시와 관련해서는 "아직 준비가 여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리적·문화적으로 이해와 접근에 이점이 있는 아시아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 4년여 간 기업 400여 곳에 대해 탐방을 진행했다"면서도 "시뮬레이션 등을 위해 추가적으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잘 준비되는 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웃음지었다.
이 대표는 1998년 국내 최초로 본인의 이름을 걸고 가치투자펀드를 선보인 '가치투자 전도사'다. 2006년 한국밸류운용 설립과 함께 만든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이하 10년펀드)'는 최근 대형주 장세에서 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정 후 150%(13일 종가 기준 수익률 159.13%)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국밸류운용) 대표(사진)는 설 연휴를 앞두고 [한경닷컴]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증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을 필두로 금리 상승이 화두가 될 전망인 만큼 성장주 장세가 점차 저물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글로벌 증시 호황을 이끈 경기 호조 및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소 앞서 반영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진행된 기업의 재고 감축 이후 최근 몇년간 이를 채우려는 재고 확충 수요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서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 확충(리스톡킹) 사이클에 따른 가수요로 증시가 한발 앞서 호황을 보였다"며 "유가 상승을 비롯한 상품가격 강세 역시 전량 실수요에 의한 상승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실물경기 회복이 금리 상승으로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국면에서 2월 초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증시가 당분간 제한적인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진정한 실수요가 뒷받침돼 본격적인 성장이 나타날 수 있는 때까지는 휴지기가 필요하다"면서 "위든 아래든 제한적인 구간에서 증시가 움직일 전망인 만큼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향후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지수 등락 수준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대신 지난해 주도주였던 정보기술(IT) 및 바이오 대형주에 쏠렸던 온기가 규모 측면에서는 중·소형주로, 업종은 시클리컬 등으로 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가 높은 성장주보다는 PER 배수가 낮은 가치주가 부각될 수 있는 국면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 2.8%대를 넘은 상황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성장주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기업 실적도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실적 성장률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높아 중소형주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중소형 가치주의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저금리·저성장 기조를 바탕으로 성장주인 미국 '팡(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의 대약진이 4년간 진행됐다"며 "금리가 낮을 때는 성장하는 기업이 돋보이지만 리스크 프리미엄상 금리가 인상되면 PER 배수가 높은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는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기준금리가 2~3년 안에 3%대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성장주가 꺾이고 가치주가 본격적으로 올라갈 때가 됐다"며 "종목군을 이루기보다는 업종 내 가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고 탄탄한 종목별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당부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 자산 가치가 급등한 상태란 점을 염두에 두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큰 위기에 대해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와 비교하면 미국 나스닥지수를 비롯해 주요 국가 대표지수들이 3~4배 상승한 상태인데, 마지막 불꽃은 항상 화려하지만 오지 않고 꺼져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은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저금리 시대에는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면서 부동산 투자가 용이했으나 금리가 상승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차입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전략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올해 1월1일부로 2006년 설립 당시부터 중추를 맡았던 한국밸류운용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기존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병행하면서 회사도 이끌게 된 것이다.
그는 "운용부터 마케팅까지 일관성 있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장점"이라며 "가치투자란 운용사의 철학을 공기와 같이 회사 사람들이 생활화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랜기간 준비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 가치주 펀드인 '아시아 밸류 펀드'(가칭)의 출시와 관련해서는 "아직 준비가 여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리적·문화적으로 이해와 접근에 이점이 있는 아시아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 4년여 간 기업 400여 곳에 대해 탐방을 진행했다"면서도 "시뮬레이션 등을 위해 추가적으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잘 준비되는 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웃음지었다.
이 대표는 1998년 국내 최초로 본인의 이름을 걸고 가치투자펀드를 선보인 '가치투자 전도사'다. 2006년 한국밸류운용 설립과 함께 만든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이하 10년펀드)'는 최근 대형주 장세에서 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정 후 150%(13일 종가 기준 수익률 159.13%)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