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이 1만m에서 다시 한 번 막판 무서운 뒷심을 과시하며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승훈은 15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에서 12분55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위보다 1초22 늦은 4위로 아쉽게 동메달 획득엔 실패했다.

이승훈의 이날 기록은 2011년 2월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인 12분57초27을 무려 7년 만에 단축한 것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1만m 금메달을 땄을 때의 기록 12분58초55보다도 3초 이상 빠른 기록이다. 2014 소치올림픽 때도 이승훈은 4위를 차지했다.

비록 8년 만에 1만m 두 번째 올림픽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서른의 나이에도 자신을 뛰어넘으며 지치지 않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5000m에 이어 이번에도 막판 스퍼트를 과시하면서 남은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 경기에 대한 메달 기대감도 높였다.

이승훈은 이날 6개 조 가운데 3조 아웃코스에서 독일의 모리츠 가이스라이터와 함께 뛰었다. 트랙을 25바퀴 도는 이번 경기에서 이승훈은 첫 바퀴를 35초32 만에 통과한 뒤 두 번째 바퀴부터 31초대 초반의 랩 타임을 유지했다.

가이스라이터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던 이승훈은 열 바퀴째에 랩 타임이 31초55로 늦어졌으나 곧바로 다시 31초13으로 당긴 후 열다섯 바퀴째에 30.99로 30초대 랩 타임으로 진입했다. 이때부터 스퍼트를 올리며 가이스라이터를 제친 이승훈은 30초대 초반의 랩 타임을 유지하며 상대와의 격차를 줄였고 지친 기색 없이 속도를 올렸다.

이승훈은 세 바퀴를 남기고 중간 2위로 올라섰고 두 바퀴를 남기고는 당시 선두이던 조던 벨초스(캐나다)를 제치고 중간 1위까지 올랐다. 이승훈은 남은 힘을 끌어모아 마지막 바퀴는 29초74로 주파했다.

이날 금메달은 캐나다의 테트-얀 블루먼이 차지했다. 평창올림픽 빙속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아닌 다른 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기록(12분36초30) 보유자인 테트-얀 블루먼은 12분39초77로 올림픽 신기록을 경신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가 12분41초98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니콜라 투몰레로(12분54초32)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조에서 뛴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중반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며 6위로 처져, 이번에도 1만m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