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대표팀 매년 3억 후원
광고·마케팅 효과 고려하지 않고 후원에 목마른 비인기 종목 선택
해외훈련 90일서 180일로 늘어
공항에 마중나가고 손편지 응원도 "물심양면 지원, 결실 맺어 흐뭇"
이 회사 관계자는 “설 명절이지만 회사가 오랫동안 후원해온 종목이기에 응원하러 나왔다”며 “홈그라운드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성빈 선수는 1~4차 합계 3분20초5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트랙 레코드를 갈아치우며 한국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대우가 윤성빈 선수와 스켈레톤을 7년간 후원했다”며 “임직원이 물심양면 선수들을 지원한 게 결실을 낸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매년 3억원 후원
2010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해 탄생한 포스코대우는 이듬해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단과 7년짜리 메인스폰서 후원 계약을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 회사가 후원 대상을 찾을 때 첫 번째 조건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후원에 목말라 있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를 후원하면서 광고나 마케팅 효과는 일절 기대하지 않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차원에서만 접근했다고 한다.
포스코대우는 대표팀에 첫해 4억원을 지원하고 이후 매년 3억원씩 후원했다. 첫해에는 대표팀이 다른 나라의 썰매를 빌려 사용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썰매 구매가 가장 시급해 돈을 더줬다. 스켈레톤 썰매는 대당 가격이 2000만원대, 봅슬레이는 1억2000만~1억5000만원 정도다.
선수단 이동에 필요한 차량도 지원했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해외 전지훈련과 월드컵 경기 참가를 적극 지원했다. 이로써 대표팀의 해외 훈련일수는 기존 90일에서 180일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대표팀은 월드컵 경기에 참가하면서 큰 대회 경험을 쌓고 세계 랭킹도 높였다.
◆영상·손편지 응원으로 ‘기 살리기’
포스코대우의 후원은 단순한 비용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임직원은 대표팀이 목말라하던 관심과 응원으로 사기 높이기에도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월드컵 등 해외 경기에 다녀오면 직원들이 공항에 간식을 싸들고 마중나갔다”며 “거의 매년 회사 어린이봉사단이 평창을 찾아 훈련 중인 대표팀을 응원하는 행사도 열었다”고 말했다. 응원 행사에선 어린이봉사단이 제작한 영상편지를 소개했다. 선수들은 특히 어린이들의 영상편지를 좋아했으며 지금도 기억난다고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어린이들이 정성껏 응원한 것에 감동했다.
내부적으로도 스켈레톤, 봅슬레이 알리기에 나섰다. 사내 인트라넷에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짜릿한 스켈레톤 제대로 알고 보기’ 등의 글을 게재해 관심을 유도했다. 2016년 10월에는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대표 선수단과 코치진을 모두 송도 본사로 초청해 트레이닝용품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행사도 열었다. 작년 3월부터는 현장 응원을 시작했다. 평창 테스트월드컵에 직원들이 찾아갔다. 지난달에는 임직원이 응원 메시지를 손편지로 작성해 전달했다. 아이스박스와 그늘막 등 훈련에 필요한 각종 용품도 파악해 전달하는 등 세심하게 챙겼다.
포스코대우에 이어 CJ제일제당과 LG전자, KB금융, 효성 등도 스켈레톤 대표팀과 선수 후원에 나섰다. 스포츠계 관계자는 “기업의 후원이 있으면 선수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질 좋은 훈련을 할 수 있고 성적도 오른다”며 “특히 동계스포츠는 하계스포츠보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인기 종목에 기업의 인내심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평창=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