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정법원의 입양 심사에 관하여
한국은 1954년 미국 오리건주의 한 농부였던 해리 홀트가 한국 고아 8명을 입양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출생아동수 대비 해외입양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한국이 해외로 입양 보낸 아동 수는 1985년 883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2004년 2258명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334명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과거 한국에서 시행된 입양은 법원 허가가 필요 없었다. 미국으로 입양되는 대다수 한국 출신 입양아는 IR-4 비자를 받았다. 이 비자는 양부모가 입양 전 입양아를 만나지 않고 입양기관이 대신 절차를 밟을 때 발급되는데, 18세 이전에 미국의 양부모가 입양 절차를 완료해야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IR-4로 나간 뒤 입양이 완료되지 않던 사례가 많아 우리 입양아들의 지위가 매우 불안했다. 1983년께 미국에 입양됐다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2012년 한국으로 추방돼 작년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 입양아에 관한 안타까운 소식은 바로 위 IR-4 비자로 출국한 경우였다.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가정법원에 의한 입양허가제가 도입됐다. 2013년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입양 양부모가 반드시 한국 법정에 출석하도록 해 미국으로 입양되는 아동들이 IR-3 비자로 입국하게 됐다. 이 비자는 아동과 입양 부모가 미국은 아니지만, 아동 출신 국가 법원을 통해 입양 절차를 완료한 경우 발급된다. 이 비자로 입국하는 아동은 미국에 입국할 때 자동으로 시민권을 취득한다. 가정법원에 의한 입양 심사제 도입으로 부적절한 양부모가 우리 아동을 입양하지 못하게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입양된 아동의 시민권 획득 등 그 지위 보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가정법원은 위와 같은 국제 입양뿐 아니라 국내 입양도 심사한다. 입양을 허가할 때 모든 입양 관련자를 면밀히 심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입양은 ‘가슴으로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가족의 보호가 필요한 입양아에게 최적의 가정을 찾아주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책무다. 입양기관이 하는 양부모 적격성 조사는 경우에 따라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므로, 입양아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공정한 눈으로 면밀히 양부모의 입양 적격성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 만일 법원에 전문적인 입양조사관제가 도입되면 현재의 법원 심리는 더욱 충실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입양 사건에서 전문적인 입양조사관에 의한 조사가 이뤄져 입양아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