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간호사 간 위계를 바탕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태움’ 문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입사한 신입 간호사 A씨가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께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병원 인근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살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현장에서 A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 남자친구인 B씨는 한 간호사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호부 윗선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라며 “평상시에도 (A씨가) ‘출근하기가 무섭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지?’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유래한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입을 괴롭히며 가르치는 것을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다. 국내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씨는 “수간호사가 물건을 집어 던지며 혼내는 건 일상”이라며 “임신 출산 순서를 정한 임신순번제를 지키지 않은 동료에게는 노골적인 면박이 날아온다”고 전했다.

해당 대학병원은 자체 조사 결과 “비정상적인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며칠 전 중환자 체위를 바꾸다가 배액관이 빠지는 실수를 저질러 크게 자책한 일이 있었다”며 “(자살 전날인) 14일 저녁에는 선배들이 격려차 함께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고 상담도 해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병원 내 태움 문화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우/임유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