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교육은 종이책 출판사다? 올해가 디지털 전환으로의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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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변준 천재교육 디지털사업본부장 겸 에듀테크센터장
“교육업계에서 40여년간 노하우를 축적해온 ‘맏형’이니까요”
권변준(47) 천재교육 디지털사업본부장 겸 에듀테크센터장은 천재교육이 국내 교육업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에듀테크 전문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인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11개 에듀테크 업체를 투자·육성 중”이라며 “조만간 일부 업체가 ‘졸업’하면 오는 3~4월에 ‘새내기’를 입주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천재교육은 지난 2016년 4월 업계 최초로 에듀테크센터를 세웠다. 초기단계인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공간, 데이터, 전문인력 등을 지원한다. 권 본부장은 “천재교육이 1년에 두 차례 시행하는 수학경시대회의 1회 응시자 수만 4만여명”이라며 “문제은행이 가진 수십만 개의 문제들 역시 천재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귀중한 인프라”라고 했다.
스타트업 육성은 단기간에 결과물을 거둬들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권 본부장은 “스타트업계 전체에서 에듀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라며 “금융 등 다른 분야 스타트업에 비하면 시장이 작고 플레이어 수도 적기 때문에 소위 ‘대박’이 터져도 다른 분야의 ‘중박’ 수준”이라고 했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나라마다 교육과정이 달라 해외시장 진출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천재교육이 에듀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까닭은 뭘까. 권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방과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헨리 체스브로 버클리대 교수가 2003년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거꾸로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며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권 본부장은 “자칫 발상 단계에서 끝날 수 있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 여러 창업보육센터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렇게 찾아낸 업체들에게 40여년간 천재교육이 축적한 노하우를 공유해 사업화를 돕는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결과물만 가로채는 ‘먹튀’가 아니라 개발 초기단계부터 협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래스큐브다. 에듀테크센터에서 육성 중인 클래스큐브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수학분야 ‘지식맵’을 만드는 업체다. 수학학습의 단계별 지도를 그린 뒤 학습자 개개인의 학습장애물을 찾아 지름길로 인도한다.
권 본부장은 “예컨대 인수분해를 계속 틀리는 학생이 있다면 기존에는 인수분해 문제를 50개, 100개씩 다시 풀도록 하는 교육을 해왔다”며 “지식맵은 이때 인수분해의 사전단계인 방정식이나 곱셈의 오답률을 분석해 취약점을 진단하고 그 부분을 재학습시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천재교육은 문제은행이 보유한 수십만개의 수학문제 데이터를 제공했다. 수학분야 디지털콘텐츠 개발자와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서비스를 구매해 천재교육이 운영 중인 수학학원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에듀테크센터는 천재교육 내부에서 새로운 디지털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천재교육은 현재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특정 문제가 학습자의 실력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변별력 높고 효율적인 시험 출제를 위한 장치다. 가령 1번 문제를 맞췄다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2번 문제는 건너뛰고 3번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설계하는 식이다.
권 본부장은 “모든 학습자에게 1번부터 30번까지 똑같은 종이 시험지를 주는 시대는 지났다”며 “마치 시력검사처럼 단시간에 정확하게 학습자의 현재 실력을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유학기제 등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대규모 시험을 지양하고 있다. 이에 학습자의 역량을 확인하고자 하는 학생·학부모의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천재교육은 올해 말까지 가상과학실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2016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학교현장에서 사용할 과학실험 가상현실(VR) 콘텐츠와 교재 30종을 개발 중이다.
권 본부장은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학실험에 VR 콘텐츠를 활용하면 수업 효율성을 2배까지 높일 수 있다”며 “위험한 실험을 대체하거나 화산 폭발이나 지진, 백악기 생태계 등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과학시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월부터 천재교육의 디지털사업본부와 에듀테크센터를 이끌고 있는 권 본부장은 “아직도 천재교육을 단순히 ‘종이책 출판사’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천재교육은 국내 최초로 디지털교과서를 발행하고 현재까지 최다 발행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천재교육은 올해를 ‘천재교육 디지털화의 원년’으로 삼아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권변준(47) 천재교육 디지털사업본부장 겸 에듀테크센터장은 천재교육이 국내 교육업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에듀테크 전문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인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11개 에듀테크 업체를 투자·육성 중”이라며 “조만간 일부 업체가 ‘졸업’하면 오는 3~4월에 ‘새내기’를 입주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천재교육은 지난 2016년 4월 업계 최초로 에듀테크센터를 세웠다. 초기단계인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공간, 데이터, 전문인력 등을 지원한다. 권 본부장은 “천재교육이 1년에 두 차례 시행하는 수학경시대회의 1회 응시자 수만 4만여명”이라며 “문제은행이 가진 수십만 개의 문제들 역시 천재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귀중한 인프라”라고 했다.
스타트업 육성은 단기간에 결과물을 거둬들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권 본부장은 “스타트업계 전체에서 에듀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라며 “금융 등 다른 분야 스타트업에 비하면 시장이 작고 플레이어 수도 적기 때문에 소위 ‘대박’이 터져도 다른 분야의 ‘중박’ 수준”이라고 했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나라마다 교육과정이 달라 해외시장 진출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천재교육이 에듀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까닭은 뭘까. 권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방과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헨리 체스브로 버클리대 교수가 2003년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거꾸로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며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권 본부장은 “자칫 발상 단계에서 끝날 수 있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 여러 창업보육센터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렇게 찾아낸 업체들에게 40여년간 천재교육이 축적한 노하우를 공유해 사업화를 돕는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결과물만 가로채는 ‘먹튀’가 아니라 개발 초기단계부터 협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래스큐브다. 에듀테크센터에서 육성 중인 클래스큐브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수학분야 ‘지식맵’을 만드는 업체다. 수학학습의 단계별 지도를 그린 뒤 학습자 개개인의 학습장애물을 찾아 지름길로 인도한다.
권 본부장은 “예컨대 인수분해를 계속 틀리는 학생이 있다면 기존에는 인수분해 문제를 50개, 100개씩 다시 풀도록 하는 교육을 해왔다”며 “지식맵은 이때 인수분해의 사전단계인 방정식이나 곱셈의 오답률을 분석해 취약점을 진단하고 그 부분을 재학습시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천재교육은 문제은행이 보유한 수십만개의 수학문제 데이터를 제공했다. 수학분야 디지털콘텐츠 개발자와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서비스를 구매해 천재교육이 운영 중인 수학학원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에듀테크센터는 천재교육 내부에서 새로운 디지털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천재교육은 현재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특정 문제가 학습자의 실력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변별력 높고 효율적인 시험 출제를 위한 장치다. 가령 1번 문제를 맞췄다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2번 문제는 건너뛰고 3번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설계하는 식이다.
권 본부장은 “모든 학습자에게 1번부터 30번까지 똑같은 종이 시험지를 주는 시대는 지났다”며 “마치 시력검사처럼 단시간에 정확하게 학습자의 현재 실력을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유학기제 등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대규모 시험을 지양하고 있다. 이에 학습자의 역량을 확인하고자 하는 학생·학부모의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천재교육은 올해 말까지 가상과학실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2016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학교현장에서 사용할 과학실험 가상현실(VR) 콘텐츠와 교재 30종을 개발 중이다.
권 본부장은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학실험에 VR 콘텐츠를 활용하면 수업 효율성을 2배까지 높일 수 있다”며 “위험한 실험을 대체하거나 화산 폭발이나 지진, 백악기 생태계 등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과학시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월부터 천재교육의 디지털사업본부와 에듀테크센터를 이끌고 있는 권 본부장은 “아직도 천재교육을 단순히 ‘종이책 출판사’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천재교육은 국내 최초로 디지털교과서를 발행하고 현재까지 최다 발행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천재교육은 올해를 ‘천재교육 디지털화의 원년’으로 삼아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