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플랫폼을 보유한 게임 콘텐츠 사업자가 되겠다."

14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카카오게임즈가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퍼블리싱(유통)과 개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사업 전열을 전방위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과거 성장동력이었던 'for kakao' 플랫폼도 시장 환경에 맞춰 유동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for kakao 필수 아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사진)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내용의 핵심은 카카오게임즈 사업 모델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였던 카카오게임즈가 게임 콘텐츠 사업자로 변화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금껏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서비스해왔다. 주로 카카오톡 지인끼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for kakao 플랫폼에 게임을 담아내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게임 콘텐츠별 특성에 맞게 플랫폼을 유동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톡 친구 초대나 자동 친구 추가 기능을 원하지 않는 게임의 경우 이름에서 for kakao를 뗄 수 있게 했다. 콘텐츠 마케팅 강화를 위해 카카오 자체 플랫폼에 외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연계한다. 사업 축을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옮기겠다는 뜻이다.

남궁 대표는 "게임 시장이 하드코어해지면서 비(非)지인과의 교감이 더 중요해졌다"며 "시장 변화에 맞춰 for kakao 플랫폼 기능을 제외하고 일부 게임을 시범 서비스해본 결과 장르적 특성에 따라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 / 사진=카카오게임즈 홈페이지
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 / 사진=카카오게임즈 홈페이지
◆"카카오게임즈 사업 본질 바뀐다"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은 for kakao 플랫폼을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카카오게임즈는 2012년 6월부터 for kakao란 이름으로 게임 채널링 및 퍼블리싱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 친구들과 게임 아이템을 주고받고 순위 경쟁을 벌이는 기능이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캐주얼게임들이 'for kakao' 이름표를 달고 출시됐다. 국민 모바일게임 '애니팡'의 탄생에도 카카오 플랫폼의 힘이 컸다.

회사의 상징과 같았던 for kakao 정책을 과감히 바꾸기로 한 결정엔 미래 성장에 대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남궁 대표는 "이번 정책 변화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업 본질의 큰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카카오게임즈의 사업 모델은 플랫폼 기능을 보유한 '게임 콘텐츠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를 콘텐츠 사업자로 정의하면서, 역설적으로 "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마케팅 채널로서 플랫폼의 기능에 주목했다.

그는 "마케팅 효율성은 게임 개발사가 퍼블리셔를 선택하는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톡, 다음 등 카카오 자체 플랫폼과 소셜 기능의 고도화는 카카오게임즈의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체 콘텐츠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 개발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출범했다. 프렌즈게임즈는 올 상반기 '프렌즈레이싱', 하반기 '프렌즈타운' '프렌즈골프' 등 카카오프렌즈 지적재산권(IP)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3일 1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을 위한 실탄도 확보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회사 텐센트와 국내 업계 1위 넷마블게임즈 등이 카카오게임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확보한 자금은 양질의 게임 확보와 개발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