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성 필립스라이팅코리아 대표가 LED 전구를 소개하고 있다.  /필립스라이팅코리아 제공
김문성 필립스라이팅코리아 대표가 LED 전구를 소개하고 있다. /필립스라이팅코리아 제공
“조명은 사물인터넷(IoT)의 한 축이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에 센서와 인터넷을 연결하면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김문성 필립스라이팅코리아 대표(61)의 말이다. 스마트 조명이 집과 사무실은 물론 건물 도로 쇼핑몰 등 곳곳에 적용돼 일상생활을 바꿔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IoL(Internet of Lights)’이란 용어가 나왔을 정도다. 김 대표는 “필립스라이팅은 더 이상 전구만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다”고 했다. 세계 1위 조명업체인 필립스라이팅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스마트 조명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사업화하고 있다. 오피스·인더스트리용 스마트 조명도 그중 한 분야다. 필립스라이팅은 올해부터 국내 오피스·인더스트리용 스마트 조명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모든 조명에 센서 장착”

김 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피스용 스마트 조명을 설치하면 전기료뿐만 아니라 임대료까지 아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사무실 조명기구에 센서를 달아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기반으로 사무실의 집무실 회의실 휴게실 등 공간 활용도를 분석한다. 결과를 토대로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실제 회의실 활용도가 20%에 못 미치는 사무실도 많다”며 “국내 건설사 등에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 스마트 조명 ‘휴’와 연동해 이용할 수 있는 네이버 인공지능(AI) 스피커 ‘프렌즈’.
필립스 스마트 조명 ‘휴’와 연동해 이용할 수 있는 네이버 인공지능(AI) 스피커 ‘프렌즈’.
스마트 조명을 가로등에 적용하면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필립스라이팅의 가로등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가로등엔 소리를 감지하는 센서를 장착했다. 센서가 비명 등 비일상적인 소리를 감지하면 주변 가로등 밝기가 최대화한다. 폐쇄회로TV(CCTV)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한다. 필립스라이팅은 이 시스템도 국내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1~2년 내 적용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가정용 스마트 조명 제품으론 2013년 12월 국내에서 팔기 시작한 ‘휴’가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이용해 조명의 밝기나 색상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최근 인공지능 플랫폼 애플 홈킷, 아마존 알렉사, 네이버 클로바 등과 연동해 판매량이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김문성 "이젠 IoL시대… 스마트 조명이 일상을 바꿉니다"
◆스포츠 조명 세계 1위

김 대표는 “모든 등기구에 센서를 다는 것이 필립스라이팅의 목표”라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LED인사이드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조명 시장은 2016년 24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서 작년 46억달러(약 5조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0년에는 134억달러(약 1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필립스라이팅은 스포츠 조명 분야에서도 세계 1위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에도 공급했다. 휘닉스스노경기장 강릉아이스아레나 등 4곳에 필립스라이팅의 스포츠 조명 ‘아레나비전’을 적용했다. 세계 주요 스포츠 경기장 조명의 65%, 축구 경기장 조명의 55%가 필립스라이팅 제품을 쓴다.

필립스는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뛰었던 PSV에인트호번을 창단했다. 당시 선수와 관중 모두 편한 조명을 연구개발한 것이 스포츠 조명 사업의 토대가 됐다. 김 대표는 “지금은 시청자도 보기 편한 조명을 설계해야 한다”며 “1초당 몇천 프레임을 찍는 슈퍼 슬로모션 장면에서도 조명 간섭(깜빡거림) 현상이 없도록 하는 것이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후 현대건설 IBM코리아 버라이존코리아 한국하니웰을 거쳐 2015년 필립스라이팅코리아에 합류했다. 2016년 2월 대표직에 오른 뒤 적자였던 필립스라이팅을 그해 흑자로 돌려놨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