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나고 자란 20대들이 준비한 가장 '한국적' 무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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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23)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할머니의 손에 자라 한국말이 유창하지만 그래도 한국어보다 영어가, 한국보다 미국이 익숙하다.

알렉산더 겜린(25)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백인 청년이다.

애국가를 4절까지 외웠고, 한국말도 제법 늘었지만 여전히 한국 여권을 내밀면 공항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선수들 가운데 가장 한국적이지 않은 팀인 아이스댄스의 민유라-겜린 조는 이번 올림픽에서 누구보다 한국적인 무대를 준비했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둘은 한복을 변형한 의상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아주 오래 준비한 꿈의 무대를 펼치게 된다.

같은 코치 밑에서 훈련하던 친구였다가 2016년부터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게 된 민유라-겜린은 평창올림픽 시즌을 준비하면서 프리 댄스 음악으로 '아리랑'을 택했다.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는 민유라는 겜린에게 아리랑을 들려줬다.
모두가 말리던 '아리랑'… 민유라·겜린의 '꿈의 무대' 눈앞
낯선 음악으로는 호응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코치나 심판들이 만류했으나 민유라로부터 아리랑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겜린도 민유라와 함께 아리랑을 밀어붙였다.

결국 둘은 모두가 말리던 아리랑으로 지난해 당당히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하며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아리랑' 프리 댄스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넘어야 할 쇼트 댄스 20위 관문도 너끈히 넘었다.

단체전에서 상의 후크가 풀리는 아찔한 '의상 사고'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긍정왕' 민유라는 네벨혼 트로피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쥔 순간, 그리고 19일 프리 댄스 진출이 확정된 순간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준비한 '아리랑'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 때 흘러나온 '아리랑'을 듣고도 울컥했다는 민유라와 겜린은 이제 모든 부담을 내려놓은 채 한국 올림픽에서 전 세계에 아리랑을 보여주겠다던 오랜 바람을 실현하는 일만 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