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주가 상승세 끝났나
주식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향후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일 것이다. 무엇보다 패닉에 가깝던 이달 초 급락이 장기 상승 중 잠시 쉬어가는 조정이었는지, 아니면 본격적인 버블 붕괴의 시작이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글로벌 증시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미국 주가의 향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다.

이달 초 미국 증시 급락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있지만 무엇보다 결정적 변수는 미국 국채 금리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를 4.6%나 끌어내린 것은 당일 장중 4년 만에 최고치인 연 2.885%까지 치솟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었다. 10년 국채 수익률은 2016년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연 1.8%대에서 단기간에 연 2.6%까지 급등했다. 경기부양과 인플레 기대 심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1년여간 다시 약세를 보이더니 올 들어서는 연초부터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미국 국채수익률 동향 주목해야

미국 경기 호조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1%, 생산자물가는 2.7% 각각 올랐고 평균 임금은 2009년 이래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늘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역시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가와 금리는 보통 반대로 움직인다. 다만 금리가 아주 낮은 수준일 때는 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기도 한다. 2016년 중반 1.3%대까지 떨어졌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이후 주가와 함께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던 게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금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주가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골드만삭스는 미 10년 국채 수익률이 연 2.75%에 도달할 때까지는 국채 금리와 주가가 정(+)의 상관관계를 갖지만 이 수준을 넘어가면 주가에 독(毒)이 된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채 수익률이 2014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2.75%를 상향돌파한 지난 2월1일부터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수익률 단기 급등, 증시엔 악재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인 2월5일부터 수일간 미국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다만 이후 국채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강세지만 미국 증시는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 향후 국채 수익률과 주가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게 될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일단 연 3%를 국채 수익률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본다. 현재 2.9%까지 오른 수익률이 3%를 돌파할 경우 주가가 또 한 차례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이후 주가 흐름은 국채 수익률의 절대치보다는 상승 속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듯하다. 헤지펀드 트레이더로 10년 넘게 일해온 브렛 길레스피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올해 말까지 10년 국채 수익률은 연 3.5%까지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수준까지 천천히 오른다면 증시에 큰 충격은 없겠지만 향후 2~3개월 내 이 수준에 도달한다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글로벌 자산시장에는 양적완화가 만들어낸 거품이 가득하다. 이게 걷히는 과정에서 미국의 금리 동향이 어떤 영향을 줄지, 그 어느 때보다 예의주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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