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고했어” >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8일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20일 스웨덴과의 7∼8위 순위 결정전을 마친 남측 최지연(왼쪽)과 북측 황충금이 경기 종료 후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 “수고했어” >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8일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20일 스웨덴과의 7∼8위 순위 결정전을 마친 남측 최지연(왼쪽)과 북측 황충금이 경기 종료 후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힘!내!라!~ 힘!내!라.”

20일 강원 강릉의 관동하키센터. 6000여 관중이 한 몸처럼 응원구호를 외쳤다. 남북 여자단일팀 주전 박종아가 스웨덴 골대 쪽으로 총알처럼 질주했을 때였다. 골대 뒤로 돌아나가는 듯하던 박종아가 순간 방향을 바꿨다. 가속이 붙어 방향을 틀지 못한 양팀 선수들이 모두 오른쪽으로 쏠려 있던 사이, 박종아가 재빨리 퍽을 뒤로 기습 패스했다. 왼쪽에서 골문으로 쇄도하던 한수진이 퍽을 낚아채 스냅 슛을 날렸다. 스웨덴의 오른쪽 골망이 출렁였다. 단일팀의 두 번째 골이자 평창의 마지막 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끝내 이루지 못한 첫 승의 꿈

단일팀은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결정전에서 스웨덴에 1-6으로 패했다. 한수진의 골 이후 터질 듯하던 추가골은 끝내 터져주지 않았다. 간절했던 첫 승의 문도 열리지 않았다. 스위스(0-8), 스웨덴(0-8), 일본(1-4), 스위스(0-2)에 모두 패해 예선탈락이 확정된 단일팀은 이날 순위전 패배로 올림픽을 5전5패로 마감했다. 종합순위는 최하위인 8위. 남북 단일팀의 첫 번째 올림픽은 그렇게 끝이 났다.

2피리어드 중반까지는 팽팽했다. 1피리어드 초반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곧바로 만회골을 뽑아내 첫승 가능성도 부풀렸다. 세계랭킹 5위 스웨덴은 한 수 아래인 단일팀의 거센 도발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단일팀은 몸으로 공격하고 몸으로 방어했다. 육탄방어, 육탄공격이었다. 김희원은 날아오는 퍽을 몸으로 막은 뒤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힘과 속도가 달리자 슬라이딩을 하며 퍽을 쳐내려 안간힘을 썼다. 동점골이 터진 뒤에는 역전골 기회까지 만들어 내며 스웨덴 골문을 위협했다. 이진규가 골리와 1 대 1 상황에서 날린 회심의 슛은 왼쪽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고 말았다.

◆진화하는 조직력,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이 살아난 단일팀의 기량은 스웨덴전에서 정점을 찍은 듯했다. 퍽을 점유하는 시간이 확연히 늘었고, 적진의 문을 두드리는 패스와 슛이 부쩍 늘어났다. 스웨덴 선수가 쇄도하거나 공을 돌릴 때면 2~3명의 단일팀 선수가 에워싸 압박했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 객관적인 실력 차이가 너무도 컸다. 스웨덴은 10개 팀이 뛰는 자국 리그(SDHL)가 있고, 등록된 선수만 5500명이 넘는다. 국제대회 성적도 금메달 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3개로 단일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체력이 앞섰다. 2피리어드 중반부터 급격히 체력 저하가 시작된 단일팀의 수비 실수를 스웨덴은 빠른 속공으로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단일팀은 총 5개 경기에서 2득점을 했다. 반면 스웨덴전 6점을 포함해 28점을 내줬다. 하지만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평가는 달라진다. 일본은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결과는 5전 전패에 2득점, 45실점이었다

◆“우리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마지막 종료 버저가 울리자 선수들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둘러섰다. 단일팀이 구성된 뒤부터 경기의 마지막을 정리하던 루틴.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고 앞으로 더 파이팅하자는 일종의 의식이다. “하나 둘 셋, 팀 코리아!”

‘마지막 의식’을 끝낸 뒤 그들은 서로를 안아주며 토닥여 줬다. 선수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처음 만났다. 남북 당국자들끼리 단일팀 구성 합의를 전격 발표한 지 사흘 만이었다. 감독도, 선수들도 당황했지만 서로를 끌어안았다. 생일파티를 열었고, 함께 춤추며 노래를 불렀다. 서로 다른 문화는 장벽이 되지 못했다. 첫 승을 향해 한마음이 됐다. 남북이 사라지고 코리아가 남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