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기업 지원기관인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부실 운영과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사회적 기업 지원 공모에 무자격 단체가 고득점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사업비를 따내는 등 어이없는 사례가 잇따랐다. 인력 채용도 비리로 얼룩졌다. 합격자가 없자 심사위원 자신이 추가 지원해 합격하고, 검증 안 된 경력증명서를 토대로 급여를 과다 지급한 일도 있었다. 기회를 얻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자는 설립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관계자가 심사위원 맡기도

불공정·비리 판치는 서울시 '사회적 경제' 지원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기관운영 감사 결과’는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 센터는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 기업을 돕기 위해 2013년 설립됐다.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을 공공구매하고, 사회 투자 등을 유도해 판로를 개척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단법인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50억원가량인 한 해 예산은 모두 서울시가 부담한다.

감사 결과 부적절한 사업 진행이 수두룩했다. 센터는 2013년 4월 ‘사회적경제 교육 운영지원’ 사업자를 공모했다. 사회적 경제 인력을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할 단체를 선정,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시 25개 단체가 지원해 9곳이 뽑혔다. 하지만 최종 선정된 단체 중 3곳은 선정 기준인 심사위원 평균 점수 85점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탈락한 단체가 4곳이었다.

불공정한 공모 사업 심사 시스템도 적발됐다. 공모사업 지원 단체와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부 심사위원인 대학교수 A씨는 공모사업에 지원한 단체의 이사로 드러났다. 다른 외부 위원인 대학교수 B씨가 속한 대학의 단체가 공모에 참가해 선정되기도 했다.

◆합격자 없자 면접관이 지원해 합격

센터 직원 채용부터 비리로 얼룩졌다. 직원들이 낸 부실한 경력증명서를 그대로 인정해 주먹구구식으로 호봉을 산정했다. 작년 4월 입사한 C직원은 2001~2008년 한 단체의 사무국장으로 일했다는 경력을 적어 냈지만 감사 결과 이 중 1년7개월은 증빙이 불가능했다. 경력 증명이 허술했음에도 점검을 소홀히해 급여를 추가 지급했다는 게 감사위의 설명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2013년 입사한 D직원은 3년2개월을, 같은 해 입사한 E직원은 1년1개월을 경력으로 인정받았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도 지적받았다. 면접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면접관이 되기도 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인사위원이 아닌 11명이 15차례나 면접에 참여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심지어 2013년에는 경영지원팀장 채용을 위한 1차 공모가 불발되자 심사위원이 직접 해당 자리에 추가 지원해 합격한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시의 부실 관리가 위탁기관의 부실 운영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위는 인력 채용 관련 지적을 받은 대상자들의 호봉 재책정을 요구했다. 인사관리 및 보수규정에 경력확인 절차를 마련할 것도 통보했다. 공모사업 심사와 관련해서는 주의·경고 조치했다. 과다 급여 등에 대한 추징이나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