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도자는 나와 안 맞아"
"남자친구는 없지만 32살 전엔 결혼…규혁 오빠 덕에 이 자리까지"
이상화 "평창 생각만 하면 눈물 나…섭섭시원"
"어제 경기 전부터 계속 울었어요. 그냥 평창이라는 단어만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졌어요."

'빙속 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29)는 아직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경기가 열린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 안에 있는 듯했다.

그의 얼굴엔 전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할 때 느꼈던 감격과 흥분, 그리고 아쉬움까지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이상화는 19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P&G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날 레이스를 마치고 눈물을 쏟아낸 데 대해 "경기가 끝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났었다.

유니폼을 벗으며 관중한테 인사를 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 터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값진 은메달'이라며 "끝난 경기에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잊을 만하면 밀려오는 회한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이상화는 '다시 출발선 위에 선다면 더 잘 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면서도 "실수는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미 끝난 경기에 대해 왈가왈부해서 뭐하겠느냐"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전날 100m 기록이 우승자 고다이라 나오(일본)보다 훨씬 빨랐던 걸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스스로 '이제 됐다, 됐다'며 달렸다"면서 "그런데 그 속도를 내가 이기질 못했다.

팬들의 응원에 금메달로 보답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상화는 지금까지 총 4번 출전한 올림픽 가운데 이번 평창 대회가 가장 힘든 올림픽이자 동시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올림픽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여고생이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500m에서 '깜짝 5위'에 오르더니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대회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상화는 "소치올림픽 때는 안전한 상위권에 있어서 경기를 치르기 편했는데, 이번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경기여서 제일 힘들었다"며 "지금은 시원섭섭하다기보다는 섭섭시원에 가깝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잦은 부상에 정상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걱정에 관두고 싶을 정도로 아주 힘들었다"면서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상화 "평창 생각만 하면 눈물 나…섭섭시원"
2020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경기가 어제 끝났으니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또 4년을 훈련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고만 말했다.

이상화는 대표팀에 15년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빙상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 치 머뭇거림도 없이 이규혁(40)을 들었다.

그는 "규혁 오빠가 가르쳐 준 대로 스케이트를 타왔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동작을 오빠가 알려줬고 그걸 응용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그는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봤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상화는 "선수생활을 마치면 그냥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지도자 이야기도 나오지만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지도자 생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결혼 계획에 대한 나름의 '일정표'도 공개했다.

그는 "서른두 살 전에는 결혼하고 싶다"면서 "그런데 아직 교제 중인 사람은 없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상화 "평창 생각만 하면 눈물 나…섭섭시원"
이상화는 앞으로 이제 일주일 남은 올림픽을 선수가 아닌 스포츠 팬으로서 맘껏 즐기고 싶다고 했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인 곽윤기(고양시청)가 출전하는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경기가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취미인 네일아트와 레고 조립도 '밀린 숙제'였다.

이상화는 자신의 손톱을 보고는 "네일은 요새 잘 안 해요.

이봐요.

(네일 한 게) 거의 다 떨어졌잖아요"라면서 "레고는 지금 새 것만 15개가 쌓여 있는데 당장 조립하겠다"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