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100일] ③ "진앙 흥해 상가 매출 절반 이하 뚝"… 인구 650여명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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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지진 피해 672억원으로 경주지진 6배…"정확한 집계 나오면 훨씬 클 듯"
죽도시장은 활기 돌아…크루즈 이용객도 차츰 늘어 "하루에 한 그릇 팔 때도 있고, 두 그릇 팔 때도 있고. 문 열어놓아도 장사가 안되니더. 하는 수 없이 열어놓았지만 참 막막합니다.
"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식당에서 만난 한 50대 주인은 장사가 잘 되는지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흥해읍은 지난해 11월 15일 일어난 규모 5.4 지진과 이달 11일 발생한 규모 4.6 여진 진앙이다.
흥해읍 내 대성아파트는 전체 6개동 가운데 4개동이 심하게 기울거나 부서져 200가구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대성아파트 인근에 있는 이 식당은 주변에 살던 주민이 다 빠져나간 데다가 전체 흥해읍 경기가 침체해 직접 타격을 받았다.
식당업주는 "지진 때문에 식당 건물도 여기저기 금이 갔는데 여진까지 와서 도배해놓은 게 다시 터지고 금이 더 심하게 났다"며 "건물주한테 세는 줘야 하는데 갑갑하다"고 털어놓았다.
대성아파트 주변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나온 경찰관 2명이 이동초소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대성아파트 주변 미용실에서 만난 주민도 한결같이 경기 악화를 걱정했다.
미용실 주인은 "대성아파트 주민이 주로 많이 왔는데 다 빠져나가는 바람에 지금 손님은 예전의 절반도 채 안 돼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지인이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 손질을 맡긴 한 손님은 "나도 여기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데 대성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5년 정도는 걸린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며 "오후 5시만 넘으면 아파트에 불이 다 꺼져 있으니까 귀신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성아파트뿐만 아니라 흥해읍에 있는 대웅파크 2차 아파트도 피해가 심해 주민은 전셋집을 구해 이사했다.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나 다른 주민도 "피해가 심하고 불안하다"며 대피소에 머문다.
이 때문에 흥해읍에는 집을 떠나 흥해체육관에서 사는 이재민이 19일 기준으로 184가구 391명이다.
건축물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이 나와 이주대상이 된 포항 전체 공동주택과 전·반파 주택은 618가구다.
이 가운데 589가구가 이주를 끝냈다.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와 전세임대, 다가구 주택을 비롯해 시가 마련한 조립식·컨테이너 주택으로 옮겼다.
포항시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15일 일어난 지진 피해액은 경주지진 때 110억원의 약 6배인 672억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포항시는 애초 546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그 뒤 피해액이 늘었다.
올해 2월 11일 4.6 지진 피해액은 아직 집계 중이다.
시는 관광객 감소 등 지진에 따른 경제 피해 규모를 모두 파악하지 못했지만 672억원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본다. 강진 발생 이후 흥해읍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10월 말에는 3만4천181명이었으나 20일 현재 3만3천525명으로 656명 감소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흥해읍민 가운데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이주했거나 임시로 다른 곳에 사는 경우도 많다고 보기 때문에 실제 인구는 더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전통시장인 흥해시장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분위기가 썰렁했다.
2일과 7일에 돌아오는 장날이 아니어서 문을 연 상가가 적은 탓도 있으나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상인은 말한다.
문을 연 닭집, 채소가게, 생선가게 업주에게 설 대목 경기를 묻자 한결같이 손을 내저었다.
한 업주는 "다 집을 떠나 있는데 누가 설이라고 장 보러 왔겠느냐"고 했다.
다른 상인은 "지진 피해가 큰 흥해 쪽 경기를 살릴 생각을 해야지 자꾸 포항 시내 죽도시장 활성화만 외치면 어쩌자는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한 상인은 "여진이 잦아들고 날씨가 풀리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포항에 가장 큰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은 아직 경기가 얼어붙은 흥해 쪽 시장이나 상가와 분위기가 다르다.
설 연휴가 지난 평일임에도 대게, 문어, 과메기 등 해산물을 비롯해 다른 상품을 사고파는 사람이 꽤 많아 활기가 돌았다.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한 대게 상인에게 설 대목에 어떠했느냐고 묻자 "설에는 손님이 많이 왔다"고 대답했다.
다른 채소 상인은 "그럭저럭 좀 팔았다"고 슬며시 웃었다.
설 연휴에 죽도시장을 찾은 대구시민 최모(39)씨는 "연휴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포항 운하를 도는 관광상품인 포항크루즈도 조금씩 생기가 돈다.
지난해 11월 지진 직후에는 평일 5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평일 100명 안팎으로 늘었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지난해 이맘때 200∼300명이 찾던 것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적다.
지난해 설 연휴에는 4일간 3천600명이 크루즈를 이용했으나 올해 설 연휴에는 4일간 절반 수준인 1천800명에 그쳤다.
김무원 포항크루즈 이사는 "지진이 발생한 데다 날씨마저 추워서 한동안 관광객이 적었다"며 "그나마 날씨가 풀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죽도시장은 활기 돌아…크루즈 이용객도 차츰 늘어 "하루에 한 그릇 팔 때도 있고, 두 그릇 팔 때도 있고. 문 열어놓아도 장사가 안되니더. 하는 수 없이 열어놓았지만 참 막막합니다.
"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식당에서 만난 한 50대 주인은 장사가 잘 되는지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흥해읍은 지난해 11월 15일 일어난 규모 5.4 지진과 이달 11일 발생한 규모 4.6 여진 진앙이다.
흥해읍 내 대성아파트는 전체 6개동 가운데 4개동이 심하게 기울거나 부서져 200가구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대성아파트 인근에 있는 이 식당은 주변에 살던 주민이 다 빠져나간 데다가 전체 흥해읍 경기가 침체해 직접 타격을 받았다.
식당업주는 "지진 때문에 식당 건물도 여기저기 금이 갔는데 여진까지 와서 도배해놓은 게 다시 터지고 금이 더 심하게 났다"며 "건물주한테 세는 줘야 하는데 갑갑하다"고 털어놓았다.
대성아파트 주변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나온 경찰관 2명이 이동초소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대성아파트 주변 미용실에서 만난 주민도 한결같이 경기 악화를 걱정했다.
미용실 주인은 "대성아파트 주민이 주로 많이 왔는데 다 빠져나가는 바람에 지금 손님은 예전의 절반도 채 안 돼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지인이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 손질을 맡긴 한 손님은 "나도 여기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데 대성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5년 정도는 걸린다고 해서 걱정이 크다"며 "오후 5시만 넘으면 아파트에 불이 다 꺼져 있으니까 귀신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성아파트뿐만 아니라 흥해읍에 있는 대웅파크 2차 아파트도 피해가 심해 주민은 전셋집을 구해 이사했다.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나 다른 주민도 "피해가 심하고 불안하다"며 대피소에 머문다.
이 때문에 흥해읍에는 집을 떠나 흥해체육관에서 사는 이재민이 19일 기준으로 184가구 391명이다.
건축물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이 나와 이주대상이 된 포항 전체 공동주택과 전·반파 주택은 618가구다.
이 가운데 589가구가 이주를 끝냈다.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와 전세임대, 다가구 주택을 비롯해 시가 마련한 조립식·컨테이너 주택으로 옮겼다.
포항시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15일 일어난 지진 피해액은 경주지진 때 110억원의 약 6배인 672억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포항시는 애초 546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그 뒤 피해액이 늘었다.
올해 2월 11일 4.6 지진 피해액은 아직 집계 중이다.
시는 관광객 감소 등 지진에 따른 경제 피해 규모를 모두 파악하지 못했지만 672억원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본다. 강진 발생 이후 흥해읍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10월 말에는 3만4천181명이었으나 20일 현재 3만3천525명으로 656명 감소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흥해읍민 가운데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이주했거나 임시로 다른 곳에 사는 경우도 많다고 보기 때문에 실제 인구는 더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전통시장인 흥해시장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분위기가 썰렁했다.
2일과 7일에 돌아오는 장날이 아니어서 문을 연 상가가 적은 탓도 있으나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상인은 말한다.
문을 연 닭집, 채소가게, 생선가게 업주에게 설 대목 경기를 묻자 한결같이 손을 내저었다.
한 업주는 "다 집을 떠나 있는데 누가 설이라고 장 보러 왔겠느냐"고 했다.
다른 상인은 "지진 피해가 큰 흥해 쪽 경기를 살릴 생각을 해야지 자꾸 포항 시내 죽도시장 활성화만 외치면 어쩌자는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한 상인은 "여진이 잦아들고 날씨가 풀리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포항에 가장 큰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은 아직 경기가 얼어붙은 흥해 쪽 시장이나 상가와 분위기가 다르다.
설 연휴가 지난 평일임에도 대게, 문어, 과메기 등 해산물을 비롯해 다른 상품을 사고파는 사람이 꽤 많아 활기가 돌았다.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한 대게 상인에게 설 대목에 어떠했느냐고 묻자 "설에는 손님이 많이 왔다"고 대답했다.
다른 채소 상인은 "그럭저럭 좀 팔았다"고 슬며시 웃었다.
설 연휴에 죽도시장을 찾은 대구시민 최모(39)씨는 "연휴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포항 운하를 도는 관광상품인 포항크루즈도 조금씩 생기가 돈다.
지난해 11월 지진 직후에는 평일 5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평일 100명 안팎으로 늘었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지난해 이맘때 200∼300명이 찾던 것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적다.
지난해 설 연휴에는 4일간 3천600명이 크루즈를 이용했으나 올해 설 연휴에는 4일간 절반 수준인 1천800명에 그쳤다.
김무원 포항크루즈 이사는 "지진이 발생한 데다 날씨마저 추워서 한동안 관광객이 적었다"며 "그나마 날씨가 풀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