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만원으로 고액자산가처럼 투자…'금융의 민주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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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인터뷰
“핀테크는 ‘금융의 민주화’를 이끌 것이다. 고액 자산가와 거대 은행이 독점하던 투자 기회를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게 된다.”
미국 P2P 금융회사 렌딩클럽이 증시에 상장한 2014년 즈음, 현지 유명 벤처캐피털(VC)들은 P2P 금융의 의미를 이렇게 분석했다. 뉴욕의 VC인 컬래버레이티브펀드에서 일하던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27)는 이 글귀에 제대로 꽂혀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그는 서울대 재학 중 첫 창업에서 실패를 맛본 뒤 미국으로 날아가 ‘월급쟁이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중이었다. 금융시장에 다가오는 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겠다는 생각에 입사 석 달 만에 사표를 내고 귀국했다. 중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인 김주수 씨(현 어니스트펀드 부대표)와 의기투합해 P2P 금융에 관한 각종 자료을 미친듯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5년 2월 창업한 어니스트펀드는 3년 새 누적투자액 900억원, 투자자 2만명의 업계 상위권 주자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개인 신용대출부터 부동산담보대출, 부동산자산유동화대출(ABL), 부실채권(NPL) 등까지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P2P 투자상품을 ‘백화점식’으로 취급하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만난 서 대표는 “대출자는 어떤 자금이 필요하든 어니스트펀드에서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한곳에서 리스크(위험)를 완벽히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창업한 지 3년이 됐다. 성장세는 어떤가.
“누적 대출액이 2016년 1월 30억원이던 것이 2017년 1월 200억원으로 뛰었고, 지금은 다시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투자자 수도 2만명을 넘었으니 긍정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P2P 금융회사 중 어니스트펀드만의 강점은.
“창업 초기 멤버부터 정보기술(IT) 업계 출신이 많았다. 금융을 다루는 데 있어 보다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다르다. 직원 수는 50명 정도로 취급상품 수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상품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으로 동종업계에서 매우 높은 비율이다.”
▷취급상품별 비중은.
“크게는 개인대출이 40%, 법인대출이 60% 정도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인대출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반반씩이고, 법인은 거의 담보대출이며 다양한 담보가 고르게 분포했다.” ▷상품이 다양하면 리스크 관리는 어려워질 텐데.
“금융의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를 스무 명 정도 모셔왔다. 신용평가 1위 업체에서 온 분도 있고, 주택담보심사만 10년 이상 한 분도 있다. 또 증권사, 감정평가법인, 저축은행, 신협 등 여러 업계의 경력자가 모였다. 한 사람의 시각으로 보지 않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사실 어느 업체나 ‘리스크 관리를 꼼꼼히 한다’고 말하지만 업계 전반의 신뢰도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진 않았다.
“P2P 금융사 중 부동산프로젝트(PF) 대출로 문제 생긴 곳들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PF 자체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관리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많은 비용과 전문성이 필요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가 된다. 우리는 고객과 신뢰를 쌓기 위해 ‘오버 커뮤니케이션’하려 노력한다.”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무슨 뜻인가.
“업계에서 우리 회사가 정평이 난 것은 ‘어니스트(honest·정직)’하다는 점이다. 개인대출의 경우 통계를 돌려 심사한 후에도 직원들이 2중, 3중으로 들여다본다. 서류 조작은 없는지, 사기 가능성은 없는지 따지고 뭔가 이상하면 직접 확인한다. 대출 신청자들이 듣기 불편하겠지만 심사가 꽤 까다롭다. 부동산대출은 우리가 취급하는 모든 PF 상품에 대해 매달 분석 리포트를 낸다. 전문평가법인과 함께 현장에 가서 공사는 얼마나 진척됐는지, 계획과 달라진 것은 없는지, 만약 그렇다면 상환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투자자에게 세세하게 알려준다. 어니스트펀드의 부동산 리포트는 나름 입소문이 퍼져 매번 1000건 이상 공유된다. 현재 연체율은 0.7%, 부실률은 1.04%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P2P 금융업체가 난립했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창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국내에 P2P 금융사가 없었다. 2015년 상반기에도 고작 다섯 개였는데 이제 2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핀테크 열풍을 타고 다들 무난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시장 재편은 이미 시작됐고 올해 많은 정리가 이뤄질 것 같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도 탄탄해져 조금이라도 부실의 조짐이 보이는 업체는 금세 소문이 퍼지고 고객이 빠져나간다.”
▷정부 규제의 영향은 없나.(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발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통해 1인당 투자액 등을 제한하고 있으며, 핀테크 업계는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규제 문제에는 확실히 아쉬운 점이 많다. P2P 금융사들이 협회를 만들고 자율규제를 도입했던 건 제도권에 진입해 제대로 사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매우 보수적이고, 어떤 면에선 규제편의주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쪽 업계 분위기는 ‘법적 근거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느냐’는 반응도 있고, ‘협회는 대체 뭘 하느냐’며 격분하기도 하고, ‘그냥 문 닫겠다’는 곳까지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경영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P2P 금융을 통해 건강한 재테크 습관을 만들도록 전파하고 싶다. 사실 P2P 금융이 판매하는 투자상품은 이미 다 존재하던 것들이다. 고액자산가들이 투자하던 상품이라 대중에게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단돈 1만원만 들고 온라인으로 연 10%대 채권에 투자한다는 게 P2P 금융이 생기기 전까지 가능했던 일인가. 누구나 예·적금 통장 하나씩 있듯 평범한 사람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P2P 상품이 하나씩 있도록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소액투자가 훨씬 대중화해야 P2P 시장이 건전하게 커진다.”
▷광고처럼 ‘커피값 아껴 투자’하는 사람들 많아졌나.
“실제로 많다. 금액으로 따지면 비중은 당연히 적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타깃이다. 통계를 보면 P2P 금융의 존재를 알고 나서 처음 투자하기로 결심하는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리고, 첫 투자의 상환이 이뤄지면 ‘어, 이거 사기 아니네?’ 하면서 투자액이 한 단계 뛰어오른다. 대부분의 고객이 2회 이상 투자하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 성장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나.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매달 100억원은 꾸준히 실행해야 하고, 이제 막 그 정도가 됐다. 기존 금융권과 경쟁 구도가 가능해지려면 최소 월 300억~400억원, 많게는 1000억원 이상 가야 한다. 올해는 지금까지 성장률 이상의 성과에 도전하려 한다.”
▷P2P 금융회사들은 정말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중금리 대출로 많은 개인과 법인이 대출이자를 30~40%씩 아끼고 있고, 소액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가 열리는 등 중요한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전문 자산운용사와 법인들도 우리 회사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그들이 직접 고른 것보다 더 좋은 상품을 제시하기에 가능한 일 아닌가. 전문성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미국 P2P 금융회사 렌딩클럽이 증시에 상장한 2014년 즈음, 현지 유명 벤처캐피털(VC)들은 P2P 금융의 의미를 이렇게 분석했다. 뉴욕의 VC인 컬래버레이티브펀드에서 일하던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27)는 이 글귀에 제대로 꽂혀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그는 서울대 재학 중 첫 창업에서 실패를 맛본 뒤 미국으로 날아가 ‘월급쟁이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중이었다. 금융시장에 다가오는 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겠다는 생각에 입사 석 달 만에 사표를 내고 귀국했다. 중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인 김주수 씨(현 어니스트펀드 부대표)와 의기투합해 P2P 금융에 관한 각종 자료을 미친듯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5년 2월 창업한 어니스트펀드는 3년 새 누적투자액 900억원, 투자자 2만명의 업계 상위권 주자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개인 신용대출부터 부동산담보대출, 부동산자산유동화대출(ABL), 부실채권(NPL) 등까지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P2P 투자상품을 ‘백화점식’으로 취급하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만난 서 대표는 “대출자는 어떤 자금이 필요하든 어니스트펀드에서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한곳에서 리스크(위험)를 완벽히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창업한 지 3년이 됐다. 성장세는 어떤가.
“누적 대출액이 2016년 1월 30억원이던 것이 2017년 1월 200억원으로 뛰었고, 지금은 다시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투자자 수도 2만명을 넘었으니 긍정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P2P 금융회사 중 어니스트펀드만의 강점은.
“창업 초기 멤버부터 정보기술(IT) 업계 출신이 많았다. 금융을 다루는 데 있어 보다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다르다. 직원 수는 50명 정도로 취급상품 수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상품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으로 동종업계에서 매우 높은 비율이다.”
▷취급상품별 비중은.
“크게는 개인대출이 40%, 법인대출이 60% 정도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인대출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반반씩이고, 법인은 거의 담보대출이며 다양한 담보가 고르게 분포했다.” ▷상품이 다양하면 리스크 관리는 어려워질 텐데.
“금융의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를 스무 명 정도 모셔왔다. 신용평가 1위 업체에서 온 분도 있고, 주택담보심사만 10년 이상 한 분도 있다. 또 증권사, 감정평가법인, 저축은행, 신협 등 여러 업계의 경력자가 모였다. 한 사람의 시각으로 보지 않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사실 어느 업체나 ‘리스크 관리를 꼼꼼히 한다’고 말하지만 업계 전반의 신뢰도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진 않았다.
“P2P 금융사 중 부동산프로젝트(PF) 대출로 문제 생긴 곳들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PF 자체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관리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많은 비용과 전문성이 필요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가 된다. 우리는 고객과 신뢰를 쌓기 위해 ‘오버 커뮤니케이션’하려 노력한다.”
▷오버 커뮤니케이션은 무슨 뜻인가.
“업계에서 우리 회사가 정평이 난 것은 ‘어니스트(honest·정직)’하다는 점이다. 개인대출의 경우 통계를 돌려 심사한 후에도 직원들이 2중, 3중으로 들여다본다. 서류 조작은 없는지, 사기 가능성은 없는지 따지고 뭔가 이상하면 직접 확인한다. 대출 신청자들이 듣기 불편하겠지만 심사가 꽤 까다롭다. 부동산대출은 우리가 취급하는 모든 PF 상품에 대해 매달 분석 리포트를 낸다. 전문평가법인과 함께 현장에 가서 공사는 얼마나 진척됐는지, 계획과 달라진 것은 없는지, 만약 그렇다면 상환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투자자에게 세세하게 알려준다. 어니스트펀드의 부동산 리포트는 나름 입소문이 퍼져 매번 1000건 이상 공유된다. 현재 연체율은 0.7%, 부실률은 1.04%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P2P 금융업체가 난립했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창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국내에 P2P 금융사가 없었다. 2015년 상반기에도 고작 다섯 개였는데 이제 2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핀테크 열풍을 타고 다들 무난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시장 재편은 이미 시작됐고 올해 많은 정리가 이뤄질 것 같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도 탄탄해져 조금이라도 부실의 조짐이 보이는 업체는 금세 소문이 퍼지고 고객이 빠져나간다.”
▷정부 규제의 영향은 없나.(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발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통해 1인당 투자액 등을 제한하고 있으며, 핀테크 업계는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규제 문제에는 확실히 아쉬운 점이 많다. P2P 금융사들이 협회를 만들고 자율규제를 도입했던 건 제도권에 진입해 제대로 사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매우 보수적이고, 어떤 면에선 규제편의주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쪽 업계 분위기는 ‘법적 근거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느냐’는 반응도 있고, ‘협회는 대체 뭘 하느냐’며 격분하기도 하고, ‘그냥 문 닫겠다’는 곳까지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경영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P2P 금융을 통해 건강한 재테크 습관을 만들도록 전파하고 싶다. 사실 P2P 금융이 판매하는 투자상품은 이미 다 존재하던 것들이다. 고액자산가들이 투자하던 상품이라 대중에게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단돈 1만원만 들고 온라인으로 연 10%대 채권에 투자한다는 게 P2P 금융이 생기기 전까지 가능했던 일인가. 누구나 예·적금 통장 하나씩 있듯 평범한 사람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P2P 상품이 하나씩 있도록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소액투자가 훨씬 대중화해야 P2P 시장이 건전하게 커진다.”
▷광고처럼 ‘커피값 아껴 투자’하는 사람들 많아졌나.
“실제로 많다. 금액으로 따지면 비중은 당연히 적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타깃이다. 통계를 보면 P2P 금융의 존재를 알고 나서 처음 투자하기로 결심하는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리고, 첫 투자의 상환이 이뤄지면 ‘어, 이거 사기 아니네?’ 하면서 투자액이 한 단계 뛰어오른다. 대부분의 고객이 2회 이상 투자하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 성장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나.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매달 100억원은 꾸준히 실행해야 하고, 이제 막 그 정도가 됐다. 기존 금융권과 경쟁 구도가 가능해지려면 최소 월 300억~400억원, 많게는 1000억원 이상 가야 한다. 올해는 지금까지 성장률 이상의 성과에 도전하려 한다.”
▷P2P 금융회사들은 정말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중금리 대출로 많은 개인과 법인이 대출이자를 30~40%씩 아끼고 있고, 소액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가 열리는 등 중요한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전문 자산운용사와 법인들도 우리 회사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그들이 직접 고른 것보다 더 좋은 상품을 제시하기에 가능한 일 아닌가. 전문성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