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콜마의 파격 M&A에 거는 기대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 소식에 제약업계가 안도하는 분위기다. 30년간 제약산업을 이끌어온 CJ헬스케어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동안 매각 위기에 몰린 수많은 중소 제약사들이 금융투자회사나 사모펀드에 인수됐다가 사라졌다. 한일약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9년 부도 이후 대한생명에 매각된 한일약품은 2000년 우리사주조합에 인수됐고 2004년 CJ로 넘어갔다. 제약 사업에 경험이 없는 금융회사와 노조 간 갈등으로 조직이 와해됐고 결국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일약품의 몰락을 지켜본 CJ가 인수 대상자로 한국콜마를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계기로 이제는 한국판 존슨앤드존슨(J&J)과 같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화장품 회사가 제약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태극제약이 토니모리에 매각됐다가 불발되고 LG생활건강에 인수됐다. 코스메슈티컬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회사들이 제약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수익성이 높은 화장품 회사들은 제약사의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하고 제품 개발에 협력하면서 윈윈할 수 있다.

한국콜마의 제약 사업 규모는 CJ헬스케어의 절반 수준이지만 글로벌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회사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전 세계에서 K뷰티로 승승장구하며 이미 성공 신화를 썼다. 수백 개의 영세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제약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장품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약업계와 협력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제약산업은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단기 수익성에 집중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CJ헬스케어 인수 직후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존속 기로에 섰던 CJ헬스케어는 신약 출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두 회사가 우리나라 헬스케어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성공적인 인수합병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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