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시상식이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손근기 프로기사회장, 문경민 하림그룹 전무, 준국수 김채영 3단, 국수 최정 9단,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여자국수전 해설위원 박지연 5단,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기조실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제22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시상식이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손근기 프로기사회장, 문경민 하림그룹 전무, 준국수 김채영 3단, 국수 최정 9단,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여자국수전 해설위원 박지연 5단,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기조실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좋아하는 일도 직업으로 삼으면 싫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직업으로 해도 재미있는 게 바둑이에요.”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제22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시상식에서 우승자 최정 9단(22)은 바둑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 9단은 지난달 23일 치러진 여류국수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김채영 3단에게 195수 만에 흑 불계승하며 종합 전적 2-0으로 우승했다. 최 9단은 “여자국수전은 여섯 번 도전해 처음 우승한 것”이라며 “국수전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고 했다.

이번 대회부터 하림이 후원을 맡은 여자국수전(여류국수전에서 명칭 변경)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며 우승 상금 1200만원, 준우승 상금은 500만원이다. 이번 우승으로 최 9단은 8단에서 9단으로 올랐다. 9단에 오른 것은 한국 남녀 기사를 합쳐 75번째, 여자 기사로는 박지은 조혜연에 이어 세 번째다. 또 여자 기사로 최연소(21세3개월), 최단 기간(입단 이후 7년8개월) 9단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최 9단이 처음 바둑돌을 잡은 건 일곱 살 때. 아마추어 1단인 아버지가 딸이 바둑에 재능이 있다는 학원 원장의 말을 듣고 열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그의 스승은 유창혁 9단. 스승의 기풍을 이어받아 수읽기에 강하고 전투적인 것이 최 9단의 바둑 스타일이다. 2012년 ‘13기 여류명인전’ 우승 이후 한국 대회 7회, 세계 대회에서 3회 우승하며 한국 여자 기사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김 3단은 이번에 두 번째 여류국수전 우승을 노렸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그는 2014년 ‘제19기 가그린배 프로여류국수전’에서 우승했다. 김 3단은 “여자국수전은 유일하게 우승해본 대회라 애착이 있다”며 “이번에 아쉽게 졌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올해 더 잘할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프로기사 김성래 5단과 바둑 지도자 이소윤 씨 사이에서 태어난 김 3단은 동생 김다영 2단까지 가족이 모두 바둑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와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최근 상승세였다. 김 3단은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바둑 틀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인공지능이 나온 이후 다른 사람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두고 싶은 대로 두니 바둑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말에 김 3단은 “세계 대회 우승이 목표인데, 더 늦기 전에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 9단은 “앞으로도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며 “여자 바둑계도 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