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미투 운동, '예술' 뒤에 숨은 적폐 청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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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데뷔·전수·학점 등 빌미로 권력형 성범죄 이어져
"문화계 세대교체, 시스템 개선 계기 되길"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문화계에서 들불처럼 번질 기세다.
그간 숨죽이고, 숨어지내던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문화계 전체에 경계경보가 울렸다.
이번 움직임이 오랜 세월 묵은 문화계 권력형 성범죄의 뿌리를 뽑고, 나아가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화계 세대교체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성범죄에 대중 경악
한 검사의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화계로 번지면서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폐쇄적인 엘리트 조직인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성범죄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대중의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법원 정도까지는 불이 번졌지만 법조계를 둘러싼 장벽이 높은 탓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자칫 불길이 사그라들 위험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인, 더구나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문화계에서 잇따라 성범죄가 폭로되면서 미투 운동의 화력이 단박에 세졌다.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대충 조직 내에서 쉬쉬하거나 덮는다고 덮여질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나올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는 애초에 불가능해졌고, 오히려 지금의 움직임이 많은 피해자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은 무섭고 두려워 피하고 숨겼지만, 이제는 다같이 목소리를 내 가해자가 응분의 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단에서 시작해 연극과 공연계, 문화재 쪽으로까지 옮겨붙은 미투 운동은 그간 우리에게 예술적 즐거움과 감흥을 주면서 영혼을 달래줬다고 생각하는 스타 예술인들의 추악한 면을 드러내 경악하게 하고 있다.
이들 가해자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저질러온 범죄가 오랜 세월 주변인들의 묵인과 방관 속에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점 역시 말문을 닫게 하고 있다.
묵인과 방조를 해온 이들 또한 예술인들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해진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박수와 찬사를 받고 정부 지원금을 탔으며 '대가'로 칭송받으며 명예가 하늘을 찔렀던 이들, 방송에 나와 세상 다시 없을 '좋은 아빠'이자 '남편' 행세를 했던 이들이 관객이 없는 무대 뒤에서는 온갖 해괴한 짓을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이 인터넷에 쏟아진다.
◇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 없어
문화계에서 폭로되고 있는 성범죄는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다.
등단, 데뷔, 전수, 학점 등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가 힘없는 자들을 괴롭히고, 희롱하고 유린한 중범죄다.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문화계 전반적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각종 소문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모두 가해자가 자신의 지위와 인기, 영향력을 무기로 내세워 피해자를 만들어낸 경우들이다.
미투 운동 바람을 타고 각종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각각의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는 정확하게 가려져야 하지만, 오랜 세월 같은 짓을 저질러온 '상습범'에게는 도망갈 구멍이 없다.
피해자가 되려 수치심과 두려움에 숨어버리는 성범죄의 특성상 그간 조용했을 뿐, 일단 둑에 구멍이 난 이상 '상습범'에게 당한 많은 피해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까지 성추문과 관련해 실명이 드러난 이들에 대해서는 피해 증언이 동시다발 이어지고 있다.
증언은 모두 구체적이며,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은 이구동성 이참에 가해자들이 단죄를 받기를 바라고 있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적폐는 더러움이 쌓인 시간만큼 청산에도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권력에 취해, 비뚤어진 성의식에 사로잡혀 오랜 시간 범죄를 저질러온 이들은 쉽게 반성을 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관계는 있었으나) 성폭행은 없었다"는 이윤택 연출가의 사과 기자회견은 피해자와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고, "(성희롱이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격려였다"는 배우의 해명 역시 학교 측의 진상조사 발표와 배치돼 비난의 포화가 쏟아진다.
◇ 관행·적폐 청산하고 세대교체까지
피해자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의 권력자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잘못은 쌓이고 또 쌓였다.
그 옆에서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도덕적 불감증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예술을 한다는 이들이 동료의 영혼이 잠식당하는 순간은 외면하거나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고 체념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고,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너무 늦었다"는 한탄도 나오지만,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거센 미투 운동에 문화계가 전반적으로 뒤숭숭하다.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까 봐 전전긍긍, 노심초사하는 이들도 있고, 혹시라도 과거에 잘못한 게 있었나 뒤를 돌아보는 움직임도 있다.
한 배우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겠냐"면서 "이번 기회에 다들 말실수 등 작은 잘못이라도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 여성 드라마 제작자는 "권력형 성범죄는 우리 사회 전반에 있다.
문화계, 연예계만의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문화계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분야인 만큼 이참에 사회 전체 미투 운동에 힘이 실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이 문화계 물갈이, 세대교체로 이어져야 한다는 바람도 나온다.
성범죄를 저지른 노회한 권력자들이 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제식 구습과 각종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결이 밀려와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미투 운동이 몇몇 가해자를 단죄하는 선에서 끝나서는 안되며, 문화계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문화계 세대교체, 시스템 개선 계기 되길"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문화계에서 들불처럼 번질 기세다.
그간 숨죽이고, 숨어지내던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문화계 전체에 경계경보가 울렸다.
이번 움직임이 오랜 세월 묵은 문화계 권력형 성범죄의 뿌리를 뽑고, 나아가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화계 세대교체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성범죄에 대중 경악
한 검사의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화계로 번지면서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폐쇄적인 엘리트 조직인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성범죄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대중의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법원 정도까지는 불이 번졌지만 법조계를 둘러싼 장벽이 높은 탓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자칫 불길이 사그라들 위험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인, 더구나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문화계에서 잇따라 성범죄가 폭로되면서 미투 운동의 화력이 단박에 세졌다.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대충 조직 내에서 쉬쉬하거나 덮는다고 덮여질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나올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는 애초에 불가능해졌고, 오히려 지금의 움직임이 많은 피해자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은 무섭고 두려워 피하고 숨겼지만, 이제는 다같이 목소리를 내 가해자가 응분의 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단에서 시작해 연극과 공연계, 문화재 쪽으로까지 옮겨붙은 미투 운동은 그간 우리에게 예술적 즐거움과 감흥을 주면서 영혼을 달래줬다고 생각하는 스타 예술인들의 추악한 면을 드러내 경악하게 하고 있다.
이들 가해자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저질러온 범죄가 오랜 세월 주변인들의 묵인과 방관 속에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점 역시 말문을 닫게 하고 있다.
묵인과 방조를 해온 이들 또한 예술인들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해진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박수와 찬사를 받고 정부 지원금을 탔으며 '대가'로 칭송받으며 명예가 하늘을 찔렀던 이들, 방송에 나와 세상 다시 없을 '좋은 아빠'이자 '남편' 행세를 했던 이들이 관객이 없는 무대 뒤에서는 온갖 해괴한 짓을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이 인터넷에 쏟아진다.
◇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 없어
문화계에서 폭로되고 있는 성범죄는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다.
등단, 데뷔, 전수, 학점 등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가 힘없는 자들을 괴롭히고, 희롱하고 유린한 중범죄다.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문화계 전반적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각종 소문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모두 가해자가 자신의 지위와 인기, 영향력을 무기로 내세워 피해자를 만들어낸 경우들이다.
미투 운동 바람을 타고 각종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각각의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는 정확하게 가려져야 하지만, 오랜 세월 같은 짓을 저질러온 '상습범'에게는 도망갈 구멍이 없다.
피해자가 되려 수치심과 두려움에 숨어버리는 성범죄의 특성상 그간 조용했을 뿐, 일단 둑에 구멍이 난 이상 '상습범'에게 당한 많은 피해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까지 성추문과 관련해 실명이 드러난 이들에 대해서는 피해 증언이 동시다발 이어지고 있다.
증언은 모두 구체적이며,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은 이구동성 이참에 가해자들이 단죄를 받기를 바라고 있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적폐는 더러움이 쌓인 시간만큼 청산에도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권력에 취해, 비뚤어진 성의식에 사로잡혀 오랜 시간 범죄를 저질러온 이들은 쉽게 반성을 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관계는 있었으나) 성폭행은 없었다"는 이윤택 연출가의 사과 기자회견은 피해자와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고, "(성희롱이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격려였다"는 배우의 해명 역시 학교 측의 진상조사 발표와 배치돼 비난의 포화가 쏟아진다.
◇ 관행·적폐 청산하고 세대교체까지
피해자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의 권력자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잘못은 쌓이고 또 쌓였다.
그 옆에서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도덕적 불감증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예술을 한다는 이들이 동료의 영혼이 잠식당하는 순간은 외면하거나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고 체념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고,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너무 늦었다"는 한탄도 나오지만,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거센 미투 운동에 문화계가 전반적으로 뒤숭숭하다.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까 봐 전전긍긍, 노심초사하는 이들도 있고, 혹시라도 과거에 잘못한 게 있었나 뒤를 돌아보는 움직임도 있다.
한 배우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겠냐"면서 "이번 기회에 다들 말실수 등 작은 잘못이라도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 여성 드라마 제작자는 "권력형 성범죄는 우리 사회 전반에 있다.
문화계, 연예계만의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문화계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분야인 만큼 이참에 사회 전체 미투 운동에 힘이 실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이 문화계 물갈이, 세대교체로 이어져야 한다는 바람도 나온다.
성범죄를 저지른 노회한 권력자들이 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제식 구습과 각종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결이 밀려와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미투 운동이 몇몇 가해자를 단죄하는 선에서 끝나서는 안되며, 문화계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