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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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배기가스 등의 대기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자살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미세먼지는 이런 위험성을 최대 4배까지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동안 대기오염물질이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많았지만, 자살위험과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2002∼2013년 사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에 등록된 성인 26만5천749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자살의 연관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논문은 환경 분야 주요 국제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대기오염 지리정보체계를 이용해 조사 대상자의 거주지역별로 대기오염물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누적 노출 값을 추정하고, 오염물질별 농도에 따라 각기 4개 그룹으로 나눠 자살 발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기간에는 총 564명(0.2%)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결과 자살과 관련이 가장 큰 대기오염물질은 단연 미세먼지였다.

연구팀은 11년 동안 미세먼지((PM10)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의 자살위험이 가장 적게 노출된 그룹보다 4.03배나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도 같은 비교조건에서 자살위험을 각각 1.65배, 1.52배 상승시켰다.

이런 자살위험은 도시에 거주하고, 신체·정신적 질환을 가진 경우에 더 높아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생긴 신체 질환이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쳐 자살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체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킨 단백질을 활성화하고, 이게 전신 염증 및 후속 산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민경복 교수는 "실제로 자살 생각을 했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에게서는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킨의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된 바 있다"면서 "이런 요인이 심리적 문제의 발생이나 자살시도로 이어질 위험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어 "대기오염이 신체적 질환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대기오염 문제 해결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