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새만금 개발로 들떴던 군산 부동산, GM으로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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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계약 성사되는 건 전혀 없고 가계약도 줄줄이 파기하네요.” (군산 C중개업소)
한국 GM이 군산 공상 폐쇄를 발표하면서 군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산업단지 인근 원룸촌에는 빈방이 남아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 거래도 전혀 없다.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 가계약금 포기 줄이어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북 군산 조촌동 일대에서 분양 중인 ‘e편한세상 디오션시티 2차’ 모델하우스에는 최근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현장 관계자는 “지난 12일까지는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도 있었고 드문드문 계약도 진행됐다”면서 “13일 GM 공장 폐쇄 발표가 나자 14일부터 계약자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이 단지는 현재 전체 물량의 30%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는 3월 준공하는 ‘군산 디오션시티 푸르지오’는 공장 폐쇄 발표 이후 분양권 거래 문의가 끊겼다. 계약 포기 건도 잇따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인들이 가계약금 100만~200만 원을 포기하면서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며 “집을 산다고 하면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분위기이니 계약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애초에 입주 계획이 없던 집주인들이 물건을 줄줄이 내놔 매물은 쌓여만 가고 있다”면서 “팔아달라는 사람만 많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으니 죽을 맛”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GM은 오는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군산시는 작년 7월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또 한 번 악재를 맞게 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역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관련 종사자 수가 더욱 많아서다. 군산조선소 관련 종사자 수는 당시 5000여 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GM 군산 공장과 관련된 근로자는 GM 직원 2000여 명에 협력업체 직원 1만 2000여 명을 포함해 1만 4000여 명에 육박한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4만여 명을 훌쩍 넘어서는 인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군산시 총 인구 27만 5000여 명의 15%에 가까운 수치다.
◆ 아파트값 6년째 추락
군산 시장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가 상승률이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뜨거웠다. 새만금 개발 기대감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건립이 호재로 작용했다. 당시 2,000가구를 넘어섰던 미분양 물량은 2년 만에 모두 소진됐다. 2011년부터는 신규 분양하는 단지마다 완판(완전판매)이 이어졌다. 2012년 말까지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은 ‘0’이었다. 당시 새 아파트 분양권은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상황이 나빠진 것은 2013년부터다. 군산 아파트값은 2013년 이후 올해까지 6년째 추락 중이다. 2011년 한 해 동안만 20.05% 폭등했지만 2012년 0.65%로 상승률이 줄어들더니 2013년 이후부터 매년 1~2%대의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 도시 익산이 작년에만 3.76% 상승하고, 그 옆 전주가 작년 1.89%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산업단지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미룡동, 나운동, 수송동 시세가 약세다. 수송동 일대 리딩아파트인 ‘수송 아이파크’ 전용 119㎡(8층)는 이달 3억 2500만 원에 실거래됐다. 2015년에는 3억 6000만 원까지 거래됐던 단지다. 나운동 ‘수송코아루’ 전용 59㎡는 4년 전 1억 9500만 원에 팔렸으나 이달에는 2000만 원 이상 떨어진 1억 7200만 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인구가 줄고 있는 게 원인이다. 군산시청에 따르면 군산시 인구는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부터 꾸준히 감소해왔다. 감소폭은 2013년 970명, 2014년 1,005명, 2015년 543명, 2016년 1,295명으로 커졌다. 통계청은 지난해 기준 군산시 인구를 27만 4900여 명으로 집계했다. 최근 1년간 2500여 명이 군산을 빠져나갔다. 인구 감소세와 대조적으로 아파트 공급은 이어졌다. 2015년 3,391가구, 2016년 3,093가구, 2017년 1,345가구 등 최근 3년간 연평균 2,600여 가구가 쏟아졌다.
공급 물량 대부분은 미분양으로 남았다. 2012년까지 미분양 제로 지역이었던 군산시의 미분양 물량은 2013년 2월 430여 가구로 늘어났고 꾸준히 적체돼 2016년 6월에는 1,600여 가구를 넘어섰다. 현장 중개업소에 따르면 ‘하나리움레비뉴스테이’ ‘군산수페리체’ ‘군산대광로제비앙’ ‘e편한세상 디오션시티 2차’ 등이 여전히 공급 물량을 모두 소진하지 못했다. 작년 12월 기준 군산시 미분양 물량은 742가구로 전북 전체(1,881가구)의 40%에 육박한다. 악성 물량인 준공 후 미분양도 494가구나 된다.
◆ 올해만 3,500가구 입주 폭탄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2015~2016년 분양한 단지들이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 입주물량까지 늘어나면 기존 집값 내림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6,553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올해는 3,551가구가 집주인을 맞는다. 오는 3월 ‘군산 디오션시티푸르지오(1,400가구)’를 시작으로 6월에는 ‘미장지구 대원칸타빌(805가구)’과 ‘군산수페리체(공공임대 492가구)’가 입주한다. 11월에는 ‘e편한세상 디오션시티(854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군산 사업장을 주로 담당했던 분양 관계자는 “군산은 조선, 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하는 굴뚝 산업에 의존하다 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역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전주나 익산처럼 산업 체질이 바뀌거나 새만금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kr
한국 GM이 군산 공상 폐쇄를 발표하면서 군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산업단지 인근 원룸촌에는 빈방이 남아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 거래도 전혀 없다.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 가계약금 포기 줄이어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북 군산 조촌동 일대에서 분양 중인 ‘e편한세상 디오션시티 2차’ 모델하우스에는 최근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현장 관계자는 “지난 12일까지는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도 있었고 드문드문 계약도 진행됐다”면서 “13일 GM 공장 폐쇄 발표가 나자 14일부터 계약자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이 단지는 현재 전체 물량의 30%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는 3월 준공하는 ‘군산 디오션시티 푸르지오’는 공장 폐쇄 발표 이후 분양권 거래 문의가 끊겼다. 계약 포기 건도 잇따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인들이 가계약금 100만~200만 원을 포기하면서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며 “집을 산다고 하면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분위기이니 계약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애초에 입주 계획이 없던 집주인들이 물건을 줄줄이 내놔 매물은 쌓여만 가고 있다”면서 “팔아달라는 사람만 많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으니 죽을 맛”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GM은 오는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군산시는 작년 7월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또 한 번 악재를 맞게 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역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관련 종사자 수가 더욱 많아서다. 군산조선소 관련 종사자 수는 당시 5000여 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GM 군산 공장과 관련된 근로자는 GM 직원 2000여 명에 협력업체 직원 1만 2000여 명을 포함해 1만 4000여 명에 육박한다. 3인 가족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4만여 명을 훌쩍 넘어서는 인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군산시 총 인구 27만 5000여 명의 15%에 가까운 수치다.
◆ 아파트값 6년째 추락
군산 시장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가 상승률이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뜨거웠다. 새만금 개발 기대감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건립이 호재로 작용했다. 당시 2,000가구를 넘어섰던 미분양 물량은 2년 만에 모두 소진됐다. 2011년부터는 신규 분양하는 단지마다 완판(완전판매)이 이어졌다. 2012년 말까지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은 ‘0’이었다. 당시 새 아파트 분양권은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상황이 나빠진 것은 2013년부터다. 군산 아파트값은 2013년 이후 올해까지 6년째 추락 중이다. 2011년 한 해 동안만 20.05% 폭등했지만 2012년 0.65%로 상승률이 줄어들더니 2013년 이후부터 매년 1~2%대의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 도시 익산이 작년에만 3.76% 상승하고, 그 옆 전주가 작년 1.89%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산업단지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미룡동, 나운동, 수송동 시세가 약세다. 수송동 일대 리딩아파트인 ‘수송 아이파크’ 전용 119㎡(8층)는 이달 3억 2500만 원에 실거래됐다. 2015년에는 3억 6000만 원까지 거래됐던 단지다. 나운동 ‘수송코아루’ 전용 59㎡는 4년 전 1억 9500만 원에 팔렸으나 이달에는 2000만 원 이상 떨어진 1억 7200만 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인구가 줄고 있는 게 원인이다. 군산시청에 따르면 군산시 인구는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부터 꾸준히 감소해왔다. 감소폭은 2013년 970명, 2014년 1,005명, 2015년 543명, 2016년 1,295명으로 커졌다. 통계청은 지난해 기준 군산시 인구를 27만 4900여 명으로 집계했다. 최근 1년간 2500여 명이 군산을 빠져나갔다. 인구 감소세와 대조적으로 아파트 공급은 이어졌다. 2015년 3,391가구, 2016년 3,093가구, 2017년 1,345가구 등 최근 3년간 연평균 2,600여 가구가 쏟아졌다.
공급 물량 대부분은 미분양으로 남았다. 2012년까지 미분양 제로 지역이었던 군산시의 미분양 물량은 2013년 2월 430여 가구로 늘어났고 꾸준히 적체돼 2016년 6월에는 1,600여 가구를 넘어섰다. 현장 중개업소에 따르면 ‘하나리움레비뉴스테이’ ‘군산수페리체’ ‘군산대광로제비앙’ ‘e편한세상 디오션시티 2차’ 등이 여전히 공급 물량을 모두 소진하지 못했다. 작년 12월 기준 군산시 미분양 물량은 742가구로 전북 전체(1,881가구)의 40%에 육박한다. 악성 물량인 준공 후 미분양도 494가구나 된다.
◆ 올해만 3,500가구 입주 폭탄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2015~2016년 분양한 단지들이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 입주물량까지 늘어나면 기존 집값 내림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6,553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올해는 3,551가구가 집주인을 맞는다. 오는 3월 ‘군산 디오션시티푸르지오(1,400가구)’를 시작으로 6월에는 ‘미장지구 대원칸타빌(805가구)’과 ‘군산수페리체(공공임대 492가구)’가 입주한다. 11월에는 ‘e편한세상 디오션시티(854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군산 사업장을 주로 담당했던 분양 관계자는 “군산은 조선, 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하는 굴뚝 산업에 의존하다 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역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전주나 익산처럼 산업 체질이 바뀌거나 새만금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