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제조사인 퀄컴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양산한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AP에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하는 첫 사례다. 삼성과 퀄컴은 특허 협력을 강화하고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등 전략적 동맹을 눈에 띄게 강화하고 있다.

◆내년 5G 모바일 반도체 양산

삼성전자와 퀄컴은 22일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7LLP) 기반의 5G 모바일 반도체 양산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퀄컴이 설계한 5G 모바일 통신칩을 삼성전자가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방식이다. 통신칩은 모바일 AP에 통합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5G 기반의 통신칩이 결합된 모바일 AP를 양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와 퀄컴은 이 같은 방식으로 14나노와 10나노 공정 기반의 모바일 AP를 생산해왔다.
삼성, 퀄컴 5G칩 생산… "모바일 반도체 동맹"
삼성전자는 5G 통신칩을 개발하는 과정에 7나노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행 10나노 공정 대비 반도체 크기가 40% 줄어들고 성능은 10% 개선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5G 기반의 모바일 AP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사 협력은 5G 기반의 모바일 A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5G 통신은 LTE 기반의 4G 이동통신보다 용량과 속도가 20배 이상 뛰어난 기술이다. 홀로그램 및 입체영상 전송,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어 앞으로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화되는 반도체 동맹

삼성전자와 퀄컴 간 반도체 협력은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지난달 모바일 기기와 인프라 장비 분야에서 장기 특허 사용 협약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공정위와 퀄컴이 벌이고 있는 1조원대 과징금 소송의 보조참가인 자격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1월엔 삼성전자와 퀄컴이 손잡고 인텔이 사실상 독점하는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 진출했다.

이 같은 협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인 삼성전자와 통신용 반도체 1위 업체인 퀄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를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반도체·부품(DS)부문장으로 선임된 김기남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을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퀄컴도 통신용 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인 NXP를 380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뒤 세계 각국 정부에서 독과점 심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퀄컴은 브로드컴으로부터 적대적 M&A 위협까지 받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