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복음 전도사' 그레이엄 목사 타계
20세기를 대표하는 ‘복음 전도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몬트리트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9세. 그는 2005년 설교자 자리에서 은퇴하고 자택에서 요양하며 지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레이엄 목사가 전립선암과 파킨슨병 등을 앓아왔다고 전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그레이엄 목사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로 꼽힌다. 1918년 11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태어난 그는 1940년 플로리다의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로스앤젤레스(LA) 전도대회를 인도하면서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를 설립해 선교에 나서면서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로 자리매김했다. 60여 년간 목회자로 활동하면서 2억여 명에게 설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도 활동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6·25전쟁 당시인 1952년 서울과 부산에서 복음집회를 진행했고, 대규모 군중 선교대회도 수차례 열었다. 특히 1973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그레이엄 목사의 복음집회에는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했다. 이는 한국 개신교계의 역사적 장면으로 꼽힌다.

1990년대에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1994년 두 번째 방북길에 동행한 스티븐 린턴 유진벨재단 대표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그레이엄 목사는 마치 마을 어른을 이해시키는 듯한 방식으로 김일성에게 (북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했다. 결국 김일성은 핵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 허용에 동의했고, 몇 달 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핵 협상을 위해 방북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