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시사한자] 廉(청렴할 렴) 恥(부끄러울 치)
‘얌치’가 없어 남을 끌탕 치게 하는 이를 ‘얌체’라고 한다. 우리말에 자연스레 녹아든 한자 단어 염치(廉恥)의 자취다. 이 염치가 얌치, 나아가 얌체로 발전해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인다.

廉(렴)의 원래 출발점은 ‘건축’이다. 본래 지어진 건물의 내부 평면을 지칭했던 듯하다. 그러다 건조물의 가장자리, 즉 邊(변)을 일컫는 글자가 됐다. 건물의 가장자리는 주변(周邊)이다.

이 주변이 곧고 바르지 못하면 건물의 토대는 망가진다. 비뚤어지다가 결국 쉽게 무너진다. 그로써 이 글자는 깨끗함, 올바름의 새김을 얻는다. 청렴(淸廉)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물이 맑을 때의 淸(청)과 병렬해 깨끗하고 바른 사람의 성정 등을 일컫는다.

다음의 恥(치)는 귀(耳)와 마음(心)으로 이뤄진 글자다. 제 잘못을 남에게서 듣고 마음으로 감응해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러니 ‘부끄러움’이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부끄럽고 민망해서 바로잡지 못한다면 결국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

廉恥(염치)는 바른 행위와 몸가짐, 그리고 제가 저지른 잘못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知恥(지치)라는 두 상태를 한데 묶어 일컫는 말이다. 예법(禮法)을 중시한 옛 동양 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禮義廉恥(예의염치)라는 성어를 만들어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는 잣대로도 삼았다.

곰곰이 따져봐도 그렇다. 깨끗하고 바르지 못한 마음가짐이면 탐심(貪心)이 샘솟듯 해서 제 입과 주머니에 모든 것을 쓸어 넣을 테고,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면 사람으로선 할 수 없는 일도 마구 벌일 테니 말이다. 그 염치가 없으면 파렴치(破廉恥)라고 적는다. 법까지 어겼으면 파렴치범(破廉恥犯)이다. 몰염치(沒廉恥)라고 해도 같은 맥락이다. 염치불고(廉恥不顧)는 남에게 실례해야 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 파렴치와 몰염치, 염치불고의 행렬이 줄곧 이어진다.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문단과 연극, 영화 등 문화계의 권력자들이 저지른 추행이다. 이 음습하고 불길한 문화계의 재인(才人)들이 벌인 손놀림과 혀 놀림에 함께 울고 웃었던 이 사회가 참 허망하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