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경영정상화 문제를 놓고 정부와 미국 GM의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22일 부평공장 근로자들이 작업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GM 경영정상화 문제를 놓고 정부와 미국 GM의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22일 부평공장 근로자들이 작업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GM의 구조조정 및 자금 지원에 대한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대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지분율 76.96%)에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하면서 △주주와 채권자, 노동조합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등을 내세웠다. 이른바 ‘대주주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GM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대여금 3조원 중 상당액을 출자 전환하고 향후 감자까지 해야 2대 주주인 산업은행(17.02%)도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GM이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호락호락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최대주주 책임론’의 실체는

김 부총리가 내세운 3대 원칙은 간결해 보이지만 의미는 복합적이다. 그는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주주와 채권자,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며 “당장 어려움을 넘기는 응급처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대주주의 ‘역할론’ 내지 ‘책임론’이다. 최대주주인 GM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3조원 중 상당액(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뒤 향후 차등 감자를 수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경우 GM은 한국GM에 상당 규모의 신규 자금을 자본금으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도 GM 책임론과 맞물린다. 단기적 회생이 아니라 중장기적 투자와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최소 연 30만 대 이상을 추가로 수출할 수 있는 글로벌 신차 2종을 한국GM에 배정하고, 앞으로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과 생산에도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GM이 검토 중인 10년간 3조원 안팎 투자를 ‘확약’해줄 필요가 있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주주와 채권자, 노조의 고통 분담’은 한국 정부와 산은이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원칙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자(GM)가 성의를 보이면 주주(GM과 산은)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GM이 한국 정부에 요구한 한국GM 지원 내역은 △3조원 안팎 증자에 참여(산은 5000억원)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 재개 △세금 감면 △부평공장 담보 제공 등이다. 이 중 산은을 통한 증자 참여와 대출 등이 현실적인 지원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GM 노조도 추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대주주 책임론' 못 박은 정부… 한국GM 감자 요구할 듯
협상 과정 난항 예상

한국 정부와 GM 간 협상은 험난할 전망이다. 증자와 대출, 세금 감면 등 지원 방식을 놓고 적정성 및 형평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GM이 한국GM이 본사에서 빌린 돈(약 3조원) 중 2조5000억원가량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만 고집하고 감자나 신규 증자는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는 본사 경영 판단에 비춰보더라도 GM이 한국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새로 투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증자 외 자금 지원 방안인 대출도 순탄치만은 않다. 한국GM에 낮은 금리로 수천억원을 빌려줄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통한 세금 감면 요구는 아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GM이 기존 대여금에 대해 부평공장 담보 설정을 요구한 것도 산은이 수용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에 따라 23일 열리는 한국GM 이사회에서 담보 설정 요구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로 했다. 공장 담보 설정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지분 8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될 수 있다. 2대 주주인 산은이 반대하면 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창민/임도원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