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왼쪽부터 곽윤기, 김도겸,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 사진=연합뉴스
23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왼쪽부터 곽윤기, 김도겸,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 사진=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쇼트트랙 태극전사들이 모든 경기를 마치고 23일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피땀흘려 연습했던 4년 동안의 시간을 털어놓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하는 듯 했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포함해 모두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김선태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은 "특히 남자 대표팀은 그동안 해결사 노릇을 할 에이스가 없었다"면서도 "임효준과 황대헌 같은 경험 없는 선수들이 잘해줬다. 어려움은 있지만, 한국이 항상 최강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준 올림픽"이었다고 평가했다.

남자 1500m에서 금메달,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임효준은 "선배들이 왜 '올림픽, 올림픽'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면서 "너무 힘들다. 올 시즌이 끝나면 몇 달 정도 여행도 가고 쉬고 싶다"고 했다.

전날 계주 경기에서 넘어진 데 대해 둉료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표현했다. 그는 "내 실수로 마지막에 다 같이 웃지 못해 너무 속상하고 미안하다"며 "결과는 안 좋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다는 점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서이라는 "긴 인생의 짧은 한순간이었다. 나머지 시간을 마저 즐기겠다"며 "무엇보다 햄버거와 부대찌개 그리고 라면이 너무 먹고 싶다"며 웃었다.

황대헌은 "1000m와 1500m 경기가 너무 아쉬웠다. 계주도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모두 함께 뭉쳐서 연습했던 것만큼은 1등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최민정(맨 오른쪽)이 23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태 감독, 박세우 코치,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이유빈, 최민정. /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최민정(맨 오른쪽)이 23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태 감독, 박세우 코치,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이유빈, 최민정. / 사진=연합뉴스
여자 대표팀 2관왕의 주인공 최민정은 전날 1000m 결승전에서 심석희와 넘어진 것에 대해 "마지막에 넘어지면서 그렇게 끝나긴 했지만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변수가 많은 종목이어서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심석희는 그보다 1500m 개인전에서 넘어져 결승진출에 실패했던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최민정은 심석희와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최민정은 "나라를 대표해 같은 꿈을 이루려고 가는 사람들한테 사이가 안 좋다고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서운한 게 있으면 언니와 늘 이야기해왔다"고 반박했다.

여자 대표팀 맏언니인 김아랑은 헬멧에 세월호 리본 스티커를 달아 논란이 됐던 일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울음을 터트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아랑은 "리본 스티커를 단 것이 화제가 될 줄은 몰랐었다"며 "관련 질문이 나오면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했지만, 이것만큼은 꼭 말하고 싶다. 내 헬멧 리본을 보고는 팽목항에 계신 분들한테서 고맙다고 연락이 왔었다. 그 한 마디가 내게 너무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