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1심서 일본 손들어줘
정부, 즉각 상소 뜻 밝혀
일본과도 통상갈등 우려
WTO는 약 3년 만에 내린 1심 판정에서 “한국 조치는 일본산 식품에 대해 차별적이고, 무역 제한적이며, 투명성 측면에서 미흡했다”며 일본 측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먹거리 안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상소기구는 보통 60일간 1심 판결을 심리한 뒤 결과를 내놓지만 상소기구 일부 위원 자리가 공석인 데다 사건이 밀려 있어 최종 판정은 올 하반기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상소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사이토 겐 일본 농림수산상은 “(한국의 상소 방침에) 유감이다. 한국은 WTO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한국은 WTO 협정에 반하는 수입규제 조치를 성실하고 빠르게 시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내 통상학계는 1심 패소에 대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데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수입금지 규제가 강해 국제 관행상 패소가 예상됐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의 정부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 미국에 이어 일본과 통상마찰을 빚으면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측면에서 후폭풍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부가 분쟁 해결을 국제 절차에 맡겼던 것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수입 규제를 해제하면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며 “(이번 수산물 분쟁이) 상호 간 무역보복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가뜩이나 나빠진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1심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일본과 불필요한 분쟁을 계속하기보다 양자 협상을 통해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