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검사의 수사를 받는 일이 잇따르면서 검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구속된 검사만 3명이고, 최근 한 달 새 수사 대상에 오른 검사가 10명을 웃돈다.

잇단 현직검사 체포·압수수색에 뒤숭숭한 검찰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추모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와 최모 전 남부지검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고검 감찰부(부장검사 이성희)가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다. 추모 검사가 2014년 A지청장의 요청으로 최인호 변호사에게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씨 관련 수사 기록을 넘긴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된 검사 2명 외에도 최 변호사와 엮인 수사 대상 현직 검사가 5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도 지난 22일 부산지검 이모 부장검사와 신모 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 검사의 인사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사단은 하루 전엔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김모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도 21일 춘천지검과 서울남부지검 등 4개 검찰청의 검사 사무실을 대거 압수수색했다. 강원랜드 부실수사 수사를 위해서다.

수난의 시작은 적폐 수사였다.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 2명의 검사가 구속됐다. 같은 혐의를 받은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구속 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지난해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후배 검사의 수사를 받다가 옷을 벗었다. 현직은 아니지만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민간인 사찰’ 관련 입막음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한 부장검사는 “짧은 기간에 이렇게 검사들이 무더기로 수사받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무관한 검사들도 침울해질 정도로 여파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는 전부 털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