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남북대화의 과정은 나란히 진전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의 비공개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25년간의 양국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나가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에 대해 “대북 최대 압박을 위한 양국의 공동노력이 효과를 거뒀고, 한국의 대북제재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접견은 오후 7시30분부터 40분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진행됐으며,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마크 래퍼 주한미국 대사 대리가 배석했다.

문 대통령, 이방카 단독 접견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을 청와대 녹지원에서 직접 맞은 뒤 본관 백악실로 이동해 비공개 접견을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북·미 대화와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은 미국 측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하는 한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 일행은 접견 직후 상춘재로 이동해 오후 8시20분부터 9시50분까지 90분동안 만찬을 했다. 상춘재 앞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은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등과 미리 인사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선 인사말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남북 대화를 강력히 지지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에 대해 “우리를 환대해 주고 양국 동맹의 가치를 확인시켜준 데 감사하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전략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청와대, 이방카 극진 예우

청와대는 이방카 보좌관을 정상급으로 예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사전 접견을 마친 후 상춘재 앞 잔디밭인 녹지원 입구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다가 차에서 내리는 이방카 보좌관을 맞았다. 애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영접할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녹지원 입구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 의전은 차관보급인 이욱헌 외교부 의전장과 조구래 북미국장이 맡았다. 의전장은 외국 국가원수 및 총리의 공식 방문(official visit) 때 공항에서 영접을 맡는다. 지난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방한 때는 의전장보다 두 계단 아래인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이 공항에 나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마중을 나간 북한 대표단과의 의전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격에 맞췄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유대교인 이방카 보좌관의 기호에 맞게 유대인 식사법에 따라 육류, 갑각류, 회 등을 뺀 ‘코셔’ 식단을 준비했다. 대추황률죽, 된장소스 금태구이, 두부구이, 비빔밥 등이 나왔다.

만찬주로는 충북 영동산 백포도주 ‘여포의 꿈’과 미국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나파밸리산 적포도주를 제공했다. 청와대는 “한·미 간 우애와 화합을 보여주기 위해 양국의 와인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오는 26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 외에 미국 선수단 격려 및 경기 관람, 미 와튼스쿨 동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회담 등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 일정에 강 장관이 동행할 예정이다. 25~27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북측 대표단과는 체류 기간이 이틀이 겹친다. 북측 인사와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