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문화·예술 발굴은 시민과 기업 등 민간이 주도해야"
“문화와 예술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시민과 기업 등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65·사진)은 지난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취임식 후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생겨 여러 사람이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문화, 예술의 ‘풀뿌리’ 속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에 우리 문화, 예술의 저력을 보여 준 한류열풍 역시 정부, 지자체 등 관 주도가 아닌 민간이 주체가 돼 일궈낸 겁니다. 인위적으로 조직을 꾸려 문화를 융성하겠다는 발상을 바꿔야 해요.”

이날 전국 231개 문화원을 대표하는 한국문화원연합회 30대 회장에 정식 취임한 김 회장은 축산·식품기업인 영건산업을 이끄는 기업인이자 20여 년간 지역 문화예술 육성을 위해 힘써 온 문화예술 활동가다. 1998년 중랑문화원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 중랑문화원장과 서울문화원연합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국 문화원장 중에서도 개혁 성향이 짙은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정부, 지자체의 문화예술 육성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1947년 강화문화원을 시작으로 지난 70년 동안 지역에서 문화예술 지킴이 역할을 해 온 지역 문화원이 민간 조직이라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문화, 예술을 살리겠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진흥원, 재단 등 이름만 다를 뿐 기능이 중복되는 조직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며 “문화, 예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얘기하면서 관료화된 조직을 앞세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애물단지로 전락한 각종 문화제와 축제 역시 관 주도의 정책이 빚어낸 결과라고 꼬집었다. 단기 성과를 위해 외형에만 치중한 보여주기식 행사로는 지역 특색을 반영한 풀뿌리 문화, 예술이 절대 성장할 수 없다는 것. “유명 가수와 배우가 등장하는 화려한 공연이 지역 문화, 예술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년 쳇바퀴 돌 듯 반복하는 건 그만큼 지역 전문가들의 참여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와 규정, 법령을 바꾸는 시도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화와 예술을 육성하는데 있어 전국에 점조직처럼 흩어져 있는 지역 문화원에 대한 인식과 기능을 제도적으로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민간 참여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시작한 지역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도 1년 단위의 단기 사업이 아닌 4~5년 단위 장기 프로젝트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부터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인근 지역을 연계하는 지역 문화제와 페스티벌 등을 통해 지역 문화원 간 소통과 협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