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에서 본-시프린, 여자 아이스하키 미국-캐나다 등 '양보 없는 혈투'
'쿨 러닝' 자메이카-나이지리아 봅슬레이는 자메이카 '판정승'
컬링 한일전, 자기토바-메드베데바 등 대회 빛낸 라이벌전
9일 개막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25일 막을 내린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 나라에서 2천900여명의 선수들이 출전, 금메달 102개를 놓고 17일간 열전을 벌였다.

특히 동계올림픽 금메달 수가 100개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회 규모가 커진 만큼 곳곳에서 '숙명의 라이벌'들이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양보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쳤다.

한국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라이벌전'은 역시 한일전에서 성사됐다.

먼저 이번 대회 '갈릭 걸스' 열풍을 일으킨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대결을 벌였다.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으로 구성된 우리나라는 4강에서 요시다 유리카, 스즈키 유미, 요시다 지나미, 후지사와 사츠키로 구성된 일본을 8-7로 물리쳤다.

특히 우리나라는 7-4로 앞서다가 9엔드에 2점, 10엔드에 1점을 허용해 연장전에 끌려들어 갔다.

그러나 연장에서 '안경 선배'로 큰 인기를 끈 김은정이 절묘한 샷으로 일본보다 더 가까운 지점에 스톤을 놓으면서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낚았다.
컬링 한일전, 자기토바-메드베데바 등 대회 빛낸 라이벌전
또 하나의 '한일전'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성사됐다.

한국의 이상화와 일본 고다이라 나오의 스피드 경쟁에서 고다이라가 금메달, 이상화 은메달로 순위가 정해졌다.

먼저 레이스를 펼친 고다이라가 36초 9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고 다음 조에서 경기한 이상화는 37초 33을 기록해 올림픽 3연패 목표가 무산됐다.

하지만 경기를 끝낸 뒤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이상화를 고다이라가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모습에서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스포츠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컬링 한일전, 자기토바-메드베데바 등 대회 빛낸 라이벌전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명승부가 연출됐다.

같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인 알리나 자기토바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집안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15살로 메드베데바보다 3살 어린 자기토바가 1.31점 차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82.92점으로 1위에 오른 자기토바는 프리에서 156.65점으로 메드베데바와 동률을 이뤘으나 결국 쇼트에서 앞섰던 1.31점 차를 그대로 유지하며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세계 피겨계에서는 앞으로도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가 치열한 라이벌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컬링 한일전, 자기토바-메드베데바 등 대회 빛낸 라이벌전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도 치열한 명승부로 전개됐다.

미국과 캐나다가 맞붙은 경기에서 미국이 승부치기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미국은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20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고, 캐나다는 대회 5연패가 좌절됐다.

아깝게 패한 캐나다의 조슬린 라로크는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자마자 1초도 안 돼 벗어버릴 정도로 '라이벌전 패배'에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컬링 한일전, 자기토바-메드베데바 등 대회 빛낸 라이벌전
설원에서는 '스키 여제' 린지 본와 '스키 요정' 미케일라 시프린(이상 미국)의 알파인 복합 대결에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본은 34세, 시프린은 23세로 11살 차이가 나는 둘이 올림픽에서 경쟁한 것은 이번 대회 알파인 복합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본이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4년은 너무 긴 시간"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프린이 2분 21초 87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1차 시기 활강에서 1위였던 본은 2차 시기 회전에서 기문을 놓쳐 실격을 당하는 바람에 시프린의 다소 싱거운 '판정승'으로 끝났다.

정작 이 경기 금메달은 스위스의 미셸 지생이 차지했다.
컬링 한일전, 자기토바-메드베데바 등 대회 빛낸 라이벌전
우리나라에 썰매 종목 첫 금메달을 안긴 윤성빈(24)과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도 라이벌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윤성빈이 금메달을 따낸 반면 두쿠르스는 4위에 머물면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쿨 러닝' 라이벌전도 볼만 했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한 나이지리아가 20개 팀 가운데 최하위인 20위에 머물렀고, '원조 쿨 러닝'인 자메이카가 나이지리아에 한 계단 앞선 19위를 차지하며 '그들만의 라이벌전'에서 이겼다.
컬링 한일전, 자기토바-메드베데바 등 대회 빛낸 라이벌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