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리움만 쌓이네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 부모의 자식을 향한 내리사랑이라 말한다. 그러나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홀로는 생존할 수 없는 아이들의 부모를 향한 사랑 또한 얼마나 맹목적인지, 자신의 근원인 부모를 향해 갈구하는 인정과 사랑이 아이들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래서인가, 주변의 적지 않은 부부들이 아이를 위해 아픔을 삭여가며 힘든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다 고통의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이들은 이혼이라는 힘겨운 결정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도 부모로서 아이들의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처절히 노력한다. 그 노력을 최대한 돕는 것이 가정법원의 역할이다.

아이들에게 부모 중 한쪽이 사라진 상황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견디기는 더욱 힘들다. 그러기에 우리 민법은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면접교섭권은 양육권과 달리 양육하지 않는 부모의 고유 권리이기 때문에 자식의 복리에 해가 되지 않는 한 비양육친은 면접교섭권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혼 후에도 자녀를 볼 수 있는 권리는 부모의 권리일 뿐 아니라 아이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혼 과정에서 또는 이혼 후에도, 어떤 사유로 서로 만나지 못하는 부모와 자녀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가사소송법은 면접교섭 이행명령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면접교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의 탈취나 쌍방 폭행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중 한 명은 안전한 장소에서 심리전문가인 면접교섭위원의 지도 아래 자녀를 만날 수 있다. 이때 양육친은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면접교섭위원으로부터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상담하는 시간을 가진다. 작년 9월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를 취재한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에는 국가 운영의 면접교섭센터가 없어 면접교섭 중에 자녀 또는 상대방을 살해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국가가 운영하는 이런 면접교섭센터가 현재 물적·인적 자원의 제한으로 서울, 인천, 광주가정법원 세 곳에만 마련돼 있는 사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로를 그리워할 많은 부모와 아이들에게 서로를 향한 그리움만 쌓여가지 않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잊었을까 두려워하지 않도록, 국가와 법원이 손을 내밀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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