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사업개시 5년 미만이면서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스타트업, 기술혁신형 기업이나 경영혁신형 기업으로 지정된 중소기업에 대해 올해 세무조사를 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한다. 혁신성장을 세정(稅政)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아마도 국세청은 대상 기업들이 이 조치를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기업들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올해 세무조사 면제나 유예를 ‘혜택’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이는 ‘불안’ 요인으로 간주하는 벤처·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언제든 다른 사유로 세무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기업에 들이닥칠 수 있는 데다, 그땐 세무조사 미실시나 일정기간 유예 할 것 없이 깡그리 조사 대상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정기 세무조사가 낫다는 것이다. 마치 감사원이 신산업 분야 감사를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공무원이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나, 금융감독 당국이 각종 유예조치를 내놔도 은행들은 언제 책임을 물을지 모른다고 여기는 것과 똑같다.

국세청에 대한 기업의 신뢰가 낮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표적·과잉 세무조사가 문제다. 과거를 돌아보면 그 대상은 대기업만도 아니었다. 정권의 요구가 있으면 벤처·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었다. 국세청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과거 일부 무리했던 세무조사를 반성한다고 했지만, 기업들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는 실정이다.

세정은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이 생명이다. 국세청이 혁신성장을 위한 세정을 펴겠다면 올해 세무조사 미실시, 일정기간 유예 등이 아니라 기업이 신뢰할 만한 정당하고 공정한 세무조사를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