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전기차 핵심부품
전력반도체 독일·일본이 시장 독점
현대차 출신의 김동진 회장
8년전 아이에이 인수 뒤 체질개선
탄화규소로 강도 10배 높여
"R&D로 최고수준 기술력 확보"
◆규소 vs 탄화규소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이와 그 계열사인 트리노테크놀로지는 최근 탄화규소 기반의 전력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샘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채양기 아이에이 부회장은 “현재 관련 시험평가를 하고 있다”며 “공정 수율 및 웨이퍼 품질 향상 문제가 해결되는 2020년부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력반도체는 배터리가 생산한 전력을 각 장비에 필요한 적정 전압 및 전력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전력을 전송하고 변환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줄일수록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그만큼 배터리 구동시간은 늘어난다. 대부분 규소를 주재료로 생산한다. 국내 생산량은 미미하다. 국내 기업들은 전력반도체 90% 이상을 수입해서 쓴다.
아이에이가 이번에 샘플 개발에 성공한 자동차용 전력반도체는 탄화규소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탄화규소는 규소와 탄소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규소보다 저항은 작고 강도와 열전도율은 각각 10배, 3배 이상 높다. 열도 덜 발생한다. 이에 따라 탄화규소 전력반도체의 에너지 손실량은 규소 전력반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섭씨 200도 이상 고온에서 구동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인피니언과 르네사스는 2019년부터 탄화규소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로부터 1년 뒤 아이에이도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미래 시장에 도전장
아이에이가 차량용 반도체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김 회장이 사령탑을 맡고 나서다. 1993년 설립된 아이에이는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주력 제품 부재로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분위기는 2010년 김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바뀌었다. 그는 30년 이상 자동차업계에 몸담은 경험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실전 능력을 앞세워 기업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갔다. 주력 분야를 통신에서 자동차용 반도체로 변경하고 연구개발(R&D)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2009년 매출 220억원, 영업손실 27억원에 그쳤던 아이에이의 경영 실적은 2016년 매출 759억원, 영업이익 22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는 국내 최초로 차량용 전력반도체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현대·기아차마저 자동차용 반도체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국산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미래 성장성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친환경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차량을 제조하는데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0%에서 향후 10년 내 1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개발은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